[노트북을 열며] '틱톡 대통령'을 위한 제언
‘틱톡 감성’은 최근 기성세대들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다. ‘숏폼(short-form) 영상 플랫폼’인 틱톡은 모바일앱이나 웹에서 음악을 곁들인 10초~3분가량의 영상을 공유한다. ‘너답게 즐기는 거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관중’을 모으는 ‘관종’의 세계라 할 수 있다. 2016년 중국 IT기업이 만들었고 지난해 세계 1위 웹 사이트가 됐다. 도대체 왜,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예측불허의 감성이 무한대로 넘쳐난다. 젊은 자녀와 대화하고 싶은 부모는 기꺼이 공감하고 싶어도 몸과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요즈음은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더 안달이 났다. 2030의 표심을 잡으려다 보니 틱톡을 비롯한 SNS 생태계에 마구 들이대고 있다. 캠프의 젊은 참모들은 아이디어를 짜내기 바쁠 것이다. 클릭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관종처럼, 재미와 자극과 관심을 향해 폭주한다.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재치로 탈모 정책을 던지고,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만 올려 공약을 알린다. 찬반 논란이 벌어지면 캠프에선 ‘땡큐’가 터져 나올 것이다. 두 아재의 ‘감성 회춘’은 과연 대박으로 이어질 것인가.
최근 중앙일보에 실린 김기현씨 인터뷰를 참고하길 권한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뜬 틱톡 스타 이시영씨의 영상을 만든 크리에이터다. 여배우의 남편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으며 틱톡 팔로워 1660만 명을 만들어 냈다. 김씨는 감성의 첫 번째로 속도를 얘기했다. “MZ세대를 사로잡는 시간은 단 3초다. 1~2초 안에 흥미를 못 느끼면 피드를 넘겨버린다”는 것이다. 두 대선 후보도 MZ의 표심을 잡기 위해 속도감과 순발력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거로 보인다. ‘나의 아저씨법’이라는 작명으로 빈민에게 어필하거나, 마트에서 ‘멸치와 콩’(멸공)을 사면서 젊은 보수를 결집하는 식이다.
하지만 ‘틱톡 대통령’에 도전하는 이들이 김씨의 비법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그는 비법으로 “날것”을 이야기했다. “리얼리티가 최대한 살아있는,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줌을 최대한 당겨서 화질이 깨진 상황에서 뭔가 재미있는 게 나올 수가 있다”면서다. “기존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날것의 감성은 두 후보에게서 어떤 영상을 원하고 있을까.
이재명 후보가 법원 앞에서 김부선씨를 만나 소송 철회를 설득하고, 윤석열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와 함께 학력 위조 논란 서류를 해명하는 장면은 어떤가. 진정 MZ세대와 공감하고 싶다면, 기왕 관종의 길에 접어든 마당에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김승현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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