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논
김진명 작가의 『글자전쟁』은 한자(漢字)의 기원을 놓고 고구려와 한(漢)나라가 벌이는 문화전쟁을 다룬 소설이다. 작품에서 핵심 키워드는 ‘답(畓)이라는 글자다. 논을 뜻하는 이 한자를 한나라 학자들은 해석하지 못하지만, 고구려 측에선 단번에 맞춘다. 이를 통해 김 작가는 한자를 중국이 발명했다면 왜 ‘畓’을 모르겠냐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한자 유래와 관계없이 ‘畓’은 한반도에서만 사용된 한자다. 6세기 중엽 경남 창녕에 세워진 신라 진흥왕 척경비에는 ‘해주(海州)의 전답(田畓)’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한자를 따로 만들어 썼다는 것은 논(畓)과 쌀농사가 고대 한반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에서는 논을 ‘수전(水田)’이라고 표기했다.
지난 8일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TF는 ‘윤석열 장모, 양평 공흥지구 인근 약 1000평 농지 불법 취득 의혹’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고 “최은순씨는 답(밭)인 해당 농지에 논 작물인 벼를 재배하겠다고 신고했다. 전(논)과 답(밭)도 구별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김병기 TF 단장은 “최씨가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불법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측이 논(畓)과 밭(田) 한자를 혼동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답(畓)’을 논이 아닌 밭으로 해석했다.
젊은층일수록 한자에 대한 이해가 낮아,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사용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60대 정치인이 이런 실수를 한 것은 참으로 의외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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