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남, 극초음속 부인하자..북, 마하10 보란듯 쐈다

이철재 입력 2022. 1. 12. 00:20 수정 2022. 1. 12. 06: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년 들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력 현대화 계획에 따라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중 및 미·러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실상 국제사회는 속수무책이다. 당사자인 한국은 ‘게임 체인저’란 평가를 받는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을 평가절하했다가 뒤늦게 번복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11일 올해 들어 두 번째 미사일 시위를 했다. 지난 5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발사체 이후 6일 만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7시27분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 미사일은 최대 마하 10(시속 1만2240㎞) 내외로, 고도 약 60㎞까지 오른 뒤 700㎞ 이상을 날았다.

합참은 “1월 5일 발사된 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속도·거리 등을 비교해 내린 평가”라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여부에 대해선 “탐지한 제원의 특성을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국방부는 이날 ‘진전’이란 표현을 써 기존 평가를 나흘 만에 뒤집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일 합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5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사거리 700㎞, 회피 기동 120㎞’는 “성능이 과장됐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미사일 최대 속도를 놓고도 마하 6(시속 7344㎞)이지만, 이는 상승 단계의 속도이며 하강 단계에선 극초음속 미사일의 기준인 마하 5(시속 6120㎞) 아래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발사로 국방부의 평가를 반박하면서 실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란 듯이 과시했다.

미·러·중만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 … 북, 곧 실전배치 가능성

북한은 지난해 9월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한국 군 당국이 인정하지 않자 다음 달인 10월 다시 시험발사를 한 적이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한두 번 더 시험발사를 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배치를 선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3개국뿐이다.

북한, 세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한미군은 이날 “우리는 북한의 가장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동맹·우호국과 긴밀히 협조했다”고 밝혔다. 발사 이전 준비단계부터 파악했다는 뜻이다. 합참도 탐지·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의 미사일 요격 체계로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워낙 속도가 빠른 데다 회피 기동 때문에 탐지가 어려워 (한반도 전장에선) 기껏해야 요격 기회는 한 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신년 미사일 시위에 국제사회가 대응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등 6개국은 5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 직전 성명을 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성명에서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증명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고 명시했다. CVID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돼 온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규정하는 표현으로, 검증(Verifiable)과 불가역성(Irreversible) 등의 단어가 포함돼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용어다.

이날 6개국이 안보리 긴급회의 전 공동성명을 낸 건 역설적으로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는 고사하고 공동성명을 내는 것조차 호응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및 미·러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탓에 국제사회에는 추가 제재 논의보다는 기존 제재를 빈틈없이 운영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이날 성명에도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북 제재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마찬가지 이유로 중·러의 제재 이행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번 6개국 성명에서도 빠졌다. 북한이 지난 5일과 11일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700km로, 한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데도 말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불참 이유를 묻자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대화 재개를 위한 모멘텀(동력) 유지 필요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 만한 행보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보니 국제사회의 정당한 우려 제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 5일엔 유감 표명 없이 “우려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지난해 9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반발 이후 정부가 자제하고 있는 “도발”이라는 표현은 이날도 등장하지 않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개최된 NSC 상임위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에 대해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문 대통령의 대선 일정 언급은 이례적이다.

차세현 국제외교안보에디터, 이철재·김상진·박현주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