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마하 10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도 안이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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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격 어렵고, 핵탄두 장착하면 게임체인저
한국은 평가절하, 유엔 6개국 성명도 불참
북한이 어제 오전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5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연속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드문 일이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자강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속도 마하 10(음속 10배)으로 700㎞를 비행했으며 최대 고도는 60㎞였다. 이 미사일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요격이 매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위협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개발을 시작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초고속이면서 불규칙적으로 기동하기에 국제적으로도 민감한 무기다. 더구나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가 된다.
북한 미사일이 국민 불안과 한반도 불안정의 심각한 요인이 되는데도 정부의 대책이나 설명은 충분치 않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관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를 열었으나 “강한 유감”이라는 말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도 않았다. NSC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에 대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설명도 문제다. 합참은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에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다고 반발했고, 이번에 보란 듯 성능이 더 뛰어난 미사일을 다시 발사한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이 있으면 공군 레이더나 해군 이지스함으로 북한 미사일 궤적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 위협을 애써 축소한 것이다. 이처럼 당면한 위협을 위협이라고 하지 않는 청와대와 국방부를 국민이 어떻게 믿겠는가. 군 성추행 사건을 은폐 축소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와 달리 국제사회는 적극 견제에 나서고 있다.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5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공개 토의를 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하는 것을 유엔은 금지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등 6개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불법 무기 능력을 확장하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정부가 당당하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굴욕 외교에 매달렸다. 핵과 미사일로 끊임없이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북한도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 핵과 미사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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