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피사의 사탑' 美샌프란 58층 아파트, 연 8cm씩 기울어

한영혜 2022. 1. 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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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서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소재 58층짜리 고층 건물 밀레니엄타워. [EPA=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58층 호화 건물 ‘밀레니엄 타워’가 보수 공사가 시작된 후에도 매년 7.6㎝씩 기울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건물을 똑바로 세우는 작업에 참여한 건물 보수관리 책임자 론 햄버거는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 출석해 “건물이 연간 1.5인치(약 3.8㎝)의 속도로 침하 중이며, 연간 3인치(약 7.6㎝)씩 기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몇 년 안에 꼭대기 부분이 수직보다 40인치(약 1m) 기울어져 엘리베이터와 수도 시설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레니엄 타워는 은퇴한 구글 직원 다수와 유명 운동선수가 한 채당 수십억을 지불하고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주상복합아파트다. 2009년 완공 당시 400세대에 달하는 아파트가 빠르게 매매돼, 총 거래금이 7억5000만달러(약 8959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2016년 기준으로 41㎝에 이르는 건물 침하가 일어났으며, ‘부등 침하’(건물 기초가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로 인해 북서쪽으로 5㎝ 기울어졌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고층 건물은 완공된 후 지반이 조금 내려앉는 것을 감안해 설계된다고 한다. 그러나 건축 당시에는 침하가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밀레니엄 타워의 침하는 예측보다 심각했다.

심각한 침하에 시공사인 ‘밀레니엄 파트너스’와 이 아파트 거주자들은 시 당국이 이 건물 바로 옆에 대형 대중교통 복합터미널을 짓는 공사를 하며 땅을 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측과 터미널 측의 분쟁이 이어졌고 지난 2020년 분쟁 당사자들 간 합의가 이뤄져 건물을 똑바로 세우기 위한 1억 달러(약 1194억원) 가량을 들여 보수 공사를 했다.

그러나 공사 시작 후 몇 개월 동안 건물의 지반이 약 2.5㎝ 더 침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8월 보수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에도 침하가 계속 진행돼 ‘밀레니엄 타워’의 꼭대기는 현재 북서쪽으로 66㎝ 가량 기울어졌다고 한다.

보수관리 책임자는 지반에 철로 된 말뚝 18개를 박는 것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건물이 안전한 상태라고 하지만, 보수 공사를 재개해 빠르게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밀레니엄 타워 건물 기초가 기반암에 단단히 고정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은 이 건물이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 피사의 사탑과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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