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文 "北미사일 우려"..靑은 "종전선언 더 절실해졌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날 북한이 ‘마하 10’ 내외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데 대해 우려가 된다”며 “더이상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ㆍ북ㆍ미ㆍ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북한을 자극할만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러다 북한이 새해 들어 탄도미사일 발사(5일)에 이어, 엿새만에 또다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오랜 침묵을 깨고 직접 ‘우려’를 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NSC는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던 것에 비해 강해진 어조다.
북한은 지난 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라고 주장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지난 7일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일반 탄도미사일로 확인됐다. 성능이 과장됐다”며 북한의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날 발사에 대해서는 “비행거리 700km 이상, 최대고도는 약 60km, 최대속도는 마하 10 내외”라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성공에 근접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확보가 확인된 상황에서도 “오히려 종전선언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기적으로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문 대통령이) 그렇다(우려를 표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정치적 전환의 시기에는 더욱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에 처한 면도 없지 않지만,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선’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선 “청와대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며 “(북풍 우려 등)그런 판단에 기초해 이뤄진 말은 아니고, 정치적 전환의 시기에는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북한에 도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면서 ‘대선’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두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북풍’이 미칠 변수를 다각도로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북풍’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 대통령과 여권이 종전선언 등을 성과로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핵무기에 이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문 대통령의 이례적 메시지는 베이징올림픽을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풍’이 여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덧붙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의 이례적 발언은 안 후보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야권의 표심 집중을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강태화기자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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