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찾는 MZ세대에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줄 것인가

2022. 1. 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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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핫 이슈] 김시온 ㈜두나미스F&B 대표
교회의 MZ세대 포용을 위한 워크숍에서 김시온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중·소형 교회, 대형 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는 목사님들과 ‘어떻게 하면 코로나 이후 급감한 한국교회 내 MZ세대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5일간 진행됐던 해당 워크숍은 목사님들이 참석하시는 자리였지만 필자도 유일한 MZ세대로 참석하게 됐다. 다음 세대 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교회의 다양한 문제점과 해결방안들이 오갔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MZ세대가 떠나가는 원인에 대해서 느낀 바를 솔직하게 나눈 바가 있다. 당시 워크숍에서 나눴던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는 MZ세대가 떠나가는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 교회에서 청년 세대는 대부분 MZ에 속한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이들은 성장기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골고루 경험한 세대이다. 2019년만 하더라도 한국교회 청년부 내에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적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로 예배가 중단되고 교회 모임이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대부분의 사역이 멈추게 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위드 코로나 정책이 적용되면서 일부 예배와 교회 소모임이 가능해졌지만, 대부분 교회의 청년 수는 여전히 반으로 줄어든 상태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MZ세대가 회복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가 편리해서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교회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가?

워크숍에서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시대와 동떨어진 일방적인 설교 = MZ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비판의식과 상호소통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도덕적으로 존경할만한 어른의 부재 = 대의 또는 도덕적 가치가 중요한 MZ세대들이 존경할만한 어른이 교회에 있는가?

-불확실성이 팽배한 인생길에 필요한 실질적 도움의 부재 = ‘기회의 만성 결핍’을 겪는 MZ세대에게 교회는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가?

-자기들만의 리그인 공동체 문화 = 용납과 수용을 바라고 찾아온 MZ세대는 교회의 ‘끼리끼리 문화’에 되려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가?

이번엔 교회가 MZ세대 회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어필하고 다가가야 할 대상들을 구체적으로 분류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러 갈 동력을 잃은 청년들

-코로나가 아닌 다른 이유로 교회를 다니다 떠난 신앙이 있었던 청년들

-코로나든 다른 이유든 교회 다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는 청년들

지난 2021년 최고의 화제를 모은 방송 프로그램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Mnet에서 방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일 것이다. 스우파는 무대에서 가수를 돋보이게 하는 백업 댄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경연 프로그램이다. 처음에 스우파는 사람들이 사골처럼 우려먹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쳐있던 터라 소리소문없이 지나가는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전개와 감동에 MZ세대는 공감했고 열광했다.

‘스우파’는 분명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최종 우승자가 있었고, 패자가 있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서 이들에게 남은 것은 순위가 아닌 ‘기회’였다. 누군가를 철저히 보조하는 역할에만 머물러야 했던 출연자들에게 스우파는 자신의 실력과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스우파’는 백업 댄서들을 백업 댄서가 아닌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며 경쟁 프로그램을 전쟁터가 아닌 축제의 놀이터로 승화시켰다.

우리는 ‘스우파’를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닌 사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스펙에 목숨을 건다고 자신의 삶이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MZ세대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기회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박탈감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MZ세대에게 스우파는 기회에 대한 공정이 무엇인지를 경험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교회는 MZ 세대에게 어떤 기회를 주고 있는가?

김시온 대표의 'MZ세대들의 특징' 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워크숍 참가자들.


워크숍에서 나왔던 ‘MZ세대가 교회에 오는 이유’들을 몇 가지 들여다보면 영적갈망, 교회가 주는 평안함, 교회에 대한 호기심, 이성에 대한 관심, 니즈를 채워주는 프로그램, 위로받고 싶어서 등이 있다.

이에 대한 구제적인 방안으로는 청년 담당 목회자 교육 프로그램 구축, MZ가 운영하는 다양한 동아리 활성화(반려견, 환경, 운동 등), 늦은 시간에 잠을 자는 MZ들을 위한 별밤예배·올빼미 모임, 기독청년 CEO 토크콘서트, 출근 혹은 퇴근길을 라이드 해주는 ‘오늘도 수고했어’, 인플루언서 전도팀 구성 등이 언급됐다.

MZ가 오지 않는 이유와 오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나열해 나가다보니 보이지 않던 MZ의 니즈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함께 의견을 나눴던 목사님들이 말씀하셨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원인을 토대로 현재 교회가 MZ세대에게 ‘어떤 기회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지금도 ‘기회’를 찾고 있다. 소통할 기회를 찾고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찾고 있다.

기독 문화계를 보면 더욱이 체감할 수 있다.

2021년은 일반적인 예배 콘텐츠가 아니라 MZ세대를 겨냥한 예배음악과 기독영화, 영상 그리고 기독 SNS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동안 기독 문화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회수와 팔로워수를 누적하면서 그동안 MZ세대를 위한 콘텐츠가 없어서 MZ가 반응하지 못했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이 됐다.

하지만 니즈를 통한 방법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놓치면 안 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의 본질이다. 프로그램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앞설 수 없다. 어떤 방법이든 영혼을 구원하는 하나님 중심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방법과 프로그램이 사람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의 방법과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어야 한다. 물론 MZ의 노력도 필요하다. 변화라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바뀌기 위해선 큰 노력이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신앙이 있는 청년들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의 믿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필요하고, 신앙이 없거나 교회를 다니지 않는 청년들은 교회의 다양한 시도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요구된다.

영적인 본질로 무장된 방법들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님 앞에서 몸부림치는 MZ리더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MZ세대 구성원들….

이런 유기적아며 쌍방향 소통이 지속되고 MZ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한국교회도 언젠가 다음 세대가 회복되어 주의 청년들이 하나님께 열광하고 영광 돌리는 ‘스우파’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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