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멈춘날, 집권플랜 꺼낸 尹 "월 100만원씩 부모 급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와 저성장·저출생 위기 대책 및 부동산 안정화와 에너지전환 대책을 망라한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윤 후보가 종합적 집권 플랜을 공개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당 내 분란이 우여곡절끝에 봉합되고, 하락하던 지지율 추이가 변곡점을 맞은 시기에 본격적인 정책·비전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날 윤 후보는 “대한민국은 3가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 상황과 저성장·저출생 양극화 문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할 구체적 방법으로 ▶아이를 가진 전 국민 대상 매월 100만원 부모급여 도입 ▶인구감소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할 신설부처 설립 ▶임대인과 임차인, 국가가 임대료를 3분의 1씩 나눠 분담하는 임대료 나눔제 ▶공공정책 수가 신설을 통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포스트 코로나위원회 신설' 등 굵직굵직한 공약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부동산 안정화에 있어선 공급확대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완화를 약속했다. 에너지 전환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를 더욱 안전하게 짓겠다”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해 선제타격 외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건 월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부모 급여 공약이었다. 재원 마련 방법을 묻자 윤 후보는 “매년 출생하는 아이 수가 26만명이라 1년에 1200만원 정도는 재정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27만여명이다. 질의응답 중 “월 100만원을 준다고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엔 “아이를 갖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국가가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 답했다.
자영업자 지원 공약에 대해선 “임대료의 3분의 1을 국가가 부담하고, 남은 3분의 2는 금융대출 뒤 상환금액에서 임대료와 공과금의 절반을 면제하고, 다시 나머진 국가가 정부 재정을 통해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인의 임대료 손실분은 코로나 종식 뒤 세액 공제로 보전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여기에 5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 설명했다. 재원을 마중물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정책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엔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에도 날을 세웠다. 최근 반대 입장을 밝힌 방역패스를 언급하며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엉터리 방역 대책에 자영업자의 삶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단일화 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 부분은 국민이 판달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윤 후보의 이날 기자회견은 화법과 방식, 장소 모두 과거와는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주 전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민약탈”“삼류바보”와 같이 원고에도 없던 거친 표현을 사용했던 격앙된 모습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프레젠테이션(PT)과 함께 준비된 원고를 차분히 읽어내려간 윤 후보는 특유의 큰 제스처나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이른바 ‘도리도리’도 거의 하지 않았다. 9분간의 기자회견 뒤 45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연단에서 내려와 ‘스탠딩 형식’으로 답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전날 밤 11시까지 정책 발표는 물론 후보의 어투와 제스처까지 신경 쓰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오후엔 코로나 방역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코로나 현장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들을 만나 현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토론회에서 “미접종자의 감염위험을 줄이는 것엔 동감하지만, 과학적 근거 없이 기본권을 제한한 조치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 간호사들과의 만남에선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약속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윤 후보의 행보에 대해 "보폭과 메시지 모두 넓고 선명해졌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늘었다. 윤 후보는 지난주 지하철역 인사를 시작으로 이마트 장보기와 중소기업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유권자와의 만남을 늘려오고 있다. 이번 주말엔 경남과 부산 지역을 찾는 지방 일정을 검토 중이다.
윤 후보는 최근 선대본부 참모들에게 “시민들은 장황하게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 더 선명하게 국민에게 내가 직접 말씀드리는 게 정치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선대본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 내부 갈등을 겪으며 윤 후보가 나름 깨달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변화에 대해 “지금은 지지율을 빨리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다. 설 전까지 이재명 후보를 따라잡아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노릴 것”이라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이번 대선은 결국 정치 신인인 윤석열이 변수인 대선”이라며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후보가 잘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대선판은 계속해 출렁일 것”이라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를 이석준으로 만들지 말라"…두 딸 잃은 아버지의 호소(영상)
- 2억 써도 VIP 탈락…연예인·의사보다 백화점 먹여살리는 그들
- 몸값 870만원→5600만원 폭등…전기차 전쟁 승패쥔 '이것'
- 윤종신도 홀딱 반했다…스물셋 신인 여가수의 깜짝 정체
- '2215억 횡령' 오스템 직원 부친, 새벽에 유서 남기고 사라졌다
- 퇴근 후 가벼운 한잔 사라진다…저무는 '맥주 4캔 1만원' 시대
- 팔꿈치 이것 생기면 오미크론 감염? 영국서 찾은 기묘한 증세
- "불쌍한 척하면 돼" 낄낄 댄 10대…판사 "천만에" 징역형 때렸다
- [단독] 승리 가능성 묻자…이재명 "2주새 천지개벽, 세상일 어떻게 아나"
- 월2000만원 빚에 극단선택…엄마 아빠 살고 4살 아이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