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자 30% 무더기 계약 포기한 송도..집값 하락 전조 vs 대출 규제發 일시적 현상

2022. 1.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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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인천 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역 밖으로 나와 주변을 돌아보면 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미래 도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곳, 송도국제도시다. 센트럴파크역 2번 출구로 나와 서남쪽 방향으로 30분쯤 걸었을까. 확 트인 바다 옆 ‘송도자이더스타’ 부지에 펜스가 설치돼 있다. 한눈에 봐도 바다 조망이 가능한 입지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송도자이더스타가 화제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이곳은 1순위 청약에 무려 2만명 넘게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체 당첨자 1533가구 중 30% 넘는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했다.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손해가 크다. 투기과열지구 내 청약 시장에서는 10년간 재당첨 기회가 제한된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는 만큼 앞으로 청약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뿐 아니다. 최근 송도에서는 이전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송도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송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사진은 송도 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대규모 미계약 사태, 배경은

▷높은 계약금에 대출 규제 영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11월 분양한 ‘송도자이더스타’ 530여가구에 대해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인천 송도는 수도권에서 인기 있는 지역 중 한 곳. 해당 아파트 역시 1순위 청약에서 무려 2만156명이 몰렸다.

1가구를 분양한 전용 133㎡ 최고층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무려 24억원.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음에도 102명이 신청했다. 추첨제 물량이 포함된 전용 97㎡, 전용 99㎡ 중대형 일부 평형은 경쟁률이 50 대 1을 넘었다.

대형 건설사 중 인기가 높은 ‘자이’ 브랜드이고 바다 조망이 가능한 입지적 장점이 부각된 결과다. 청약 흥행몰이로 조기 ‘완판’이 예상됐지만 본계약 진행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530가구가 입주 기회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예비 당첨자에게 계약 여부를 타진하는 안내문이 발송됐다.

지난 몇 년간 송도와 같은 인기 지역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계약 포기가 이뤄진 경우가 없다. 그만큼 부동산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향후 10년간 청약통장을 쓸 수 없음에도 당첨을 포기한 일차적인 이유는 대출 규제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단지는 전용 84㎡가 약 1100가구로 전체 70%가 넘는다. 저층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분양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고삐를 쥐면서 금융권 대출심사가 한층 강화됐다. 금리 인상과 내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 등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했다.

물론 GS건설은 분양자가 계약금을 부담하면 중도금 대출은 회사 보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럼에도 이 단지 계약금은 분양가 20%로 책정됐다. 분양 가격을 9억원으로 환산해도 당장 2억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하다. 최근 신용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계약금 마련이 어려워진 당첨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높은 분양 가격도 계약 포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3~4년 전만 해도 송도에서 분양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6억원대였다. 이후 분양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이 단지 중대형 평형(전용 105㎡, 107㎡, 111㎡ 등) 분양가는 이보다 2배 정도 높은 12억~13억원대. 최근 분양했던 다른 단지와 비교해도 약 1억원 높은 수준이다.

어렵게 계약금을 마련하고 중도금 대출을 실행해도 입주 전 시세가 15억원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잔금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은 수분양자 입장에서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앞으로 송도에 새 아파트 분양이 줄지어 예정된 것 역시 미계약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본다. 현대건설은 송도국제도시 A16블록에서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를 1월 중 분양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도시 1공구 B3블록에 ‘더샵송도아크베이’를 분양한다.

당첨자 가점 현황을 볼 때 송도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도자이더스타 일부 평형은 당첨자 평균 가점이 45점 전후(84점 만점)로 형성돼 있다. 한때 60점이 넘어도 당첨되기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가점은 낮아진 상황. GS건설 관계자는 “이전 송도 분양 단지도 초기 계약률이 75% 전후였다”며 “대출 규제 영향으로 이전 분양 단지보다는 미계약률이 높지만 예비 당첨자에서 대부분 계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번 미계약 사태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송도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는 지난해 무려 30% 이상 올랐다. 인천 평균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연수구 집값이 치솟은 이유는 송도 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신설, 바이오 단지 건설 등 호재 때문이다.

▶심상찮은 송도 부동산

▷실거래 가격 1억원 떨어진 곳도

하지만 최근 들어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주(12월 27일 기준) 인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9%다.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상승폭은 조금씩 하락 추세다.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만큼 하락장이나 조정 시기가 오면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 송도에서는 매수세가 실종되고 매물은 급격히 쌓이면서 실거래가 하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송도 ‘베르디움더퍼스트’ 전용 63㎡는 지난해 12월 6억75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최고가(8억원·26층)와 비교하면 1억원 이상 하락했다. 물론 2층과 26층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억3000만원의 낙폭은 예사롭지 않다.

‘송도더샵그린워크3차’ 전용 84㎡는 지난해 말 10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 11억6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송도더샵센트럴시티’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7억5000만원(5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인 지난해 9월 8억2000만원(18층)보다 7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더샵퍼스트월드’도 지난해 11월 9억원(3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직전 거래가(11억원·10층) 대비 2억원이 떨어졌다.

송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를 중심으로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인지, 급상승에 따른 조정인지를 놓고 집주인들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 매수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매매수급지수는 공급 우위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 인천 매매수급지수는 99.2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에 팔겠다는 매도자가 사겠다는 매수자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더욱 강도 높게 이어지고 DSR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 송도와 같이 단기간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2호 (2022.01.12~2021.0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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