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꺾이는데 커진 비용 부담..올해 수출 가시밭길 걷는다
지난해 역사를 새로 썼던 수출이 올해는 쉽지 않은 길을 갈 전망이다. 교역 성장세가 지난해 만큼 커질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망 차질과 비용 상승 등 수출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순 수입 증가, 수출 증가 두 배 넘어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최근 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입액 증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동절기에 난방 수요가 늘면서 에너지 수입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적자 우려를 키웠다. 실제 한국은 지난달 사상 최고 수출액(607억4000만 달러)을 기록했지만, 에너지 수요 증가로 수입액(613억2000만 달러)도 큰 폭으로 늘어 무역수지가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액이 늘면 시차를 두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중간재 산업이 많은 한국은 수입 비용 증가 추세가 길어지면, 그만큼 수출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전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진다.
공급망 차질, 장기화 가능성
가장 큰 문제는 공급망 차질이다. 실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중국 정부가 시안시를 봉쇄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시안시 낸드플래시 공장을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도 올해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항만 노동자가 부족해지면서 생긴 물류 대란도 공급망 차질을 부추긴다. 지난달 3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사상 처음 5000포인트를 넘은 5046.66을 기록했다. 한국이 자주 이용하는 미주 서안 노선은 컨테이너당 운임이 7681달러로 전년 같은 날 운임(4018달러)보다 91%가량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도 수입 부담을 더 키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 값은 1201원으로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1200원대를 기록했다. 과거 원화 가치 하락은 가격 경쟁력을 키워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간재 품목이 많은 한국 경제 특성상 최근에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비용 증가 부담이 더 크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 코로나19에 가려져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향후 기업 비용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시장 경기전망 하락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후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지수가 전월보다 오르면 경기상승, 내려가면 경기하강을 의미한다. 지표대로면 올해는 지난해 강한 수출을 뒷받침했던 글로벌 경기 호조를 보기 힘들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의 신호가 예측력을 가진다는 전제하에 향후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는 약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경우 글로벌 교역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우리 수출 경기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공급망 차질 등 수입액 증가 요인은 단기간에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면서 “지난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호조를 보였던 반도체·조선 등 주요 업종이 올해도 계속 좋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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