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아들 곁으로' 배은심 여사 영면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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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못다한 뜻을 이어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했던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35년 만에 아들 곁으로 떠났다.
배 여사의 장지는 남편 고 이병섭씨 바로 옆인 8묘역으로 아들 이한열 열사가 묻힌 옛 망월동 5·18 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직선거리로 1㎞ 정도 떨어져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에 참석한 김일한(79)씨는 "배은심 여사가 아들을 참 잘 둬 빛이났다"며 "만인의 축복 속에 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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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묻힌 광주 망월묘지공원 8묘원 안장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조형주 기자] 아들의 못다한 뜻을 이어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했던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35년 만에 아들 곁으로 떠났다.
배 여사의 발인식이 있는 11일 오전 광주조선대병원 제1분향소 앞.
오전 10시 10분께 진행된 발인에는 배 여사의 가족 친지 등이 참석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지켜봤다.
마치 하늘도 배 여사의 영면을 기원하는 듯 눈발이 흩날렸다.
유족들과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고인을 위한 제를 지낸 뒤 마지막으로 절을 올렸다.
이날은 배 여사의 여든 세 번째 음력 생일이다. 영정사진 앞에는 고인을 위한 생일 케이크가 놓였다.
유족 대표로 손녀 안소영씨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손자 이재진씨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뒤이어 유족과 조문객들은 굳은 표정으로 빈소를 나와 장례식 뒤편에 마련된 운구차량에 고인을 안치했다.
운구차에 배 여사의 운구가 실리자 유족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발인에 참석한 인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연신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며 결국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울부짖었다.
이렇게 배 여사는 노제를 위해 5·18 민주광장으로 향했다.
노제는 연세민주동문회 이인숙 회장이 연보낭독을 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한동건 상임장례위원장(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인사말, 배은심 여사 민주유공자법 제정촉구 영상, 추도사, 조가(弔歌), 호상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87년 잔인한 국가폭력에 사랑하는 아들을 앞세워 보내야 했던 어머니는 한평생을 편한 집 대신 비바람 몰아치는 거리로 나서야 했다"며 "약자를 품어 안은 시대의 어머니셨다. 이 땅의 수많은 민주시민은 어머니의 강인한 눈빛과 따뜻했던 품을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의 장녀 이숙례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했다 고맙고 사랑한다"며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후 유족과 시민들은 제단에 헌화하며 배 여사의 넋을 기렸다.
장례위는 노제를 마치고 운구차량과 함께 생전 배 여사가 거주한 지산2동 자택을 방문했다.
유가족들은 어머니의 마지막 흔적을 가슴속에 깊이 새기며 울부짖었다.
이어 운구행렬은 오후 1시께 아들 이한열 열사가 잠든 광주 북구 망월묘지공원으로 향했다.
배 여사의 장지는 남편 고 이병섭씨 바로 옆인 8묘역으로 아들 이한열 열사가 묻힌 옛 망월동 5·18 묘역(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직선거리로 1㎞ 정도 떨어져 있었다.
추모객들이 묘소 주변으로 빼곡하게 둘러선 채 하관식이 진행됐다.
배 여사가 안치된 관 위로 흙을 뿌리기 위해 삽을 받아든 딸은 "엄마 미안해요, 고생 많았어요"하며 끝내 뿌리지 못하고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배 여사의 관 위에는 유족들이 남긴 마지막 메세지로 가득 채워진 채 서서히 흙이 덮어졌다.
유가족에 이어 오월어머니, 원로회 등 각기단체에서도 허토를 이어갔다.
5·18민주화운동에 참석한 김일한(79)씨는 "배은심 여사가 아들을 참 잘 둬 빛이났다"며 "만인의 축복 속에 영면했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에 거주하고 있는 임영희(66·여)씨는 "배은심 여사와 나는 6월항쟁을 위해 함께 싸웠다"며 "민주주의에 항상 힘써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배 여사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아들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대학생·노동자·농민 등의 민주화 시위·집회 현장에 앞장섰다.
배 여사는 유가족 협회 회장을 맡아 1998년부터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호남취재본부 조형주 기자 ives0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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