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고3 4명 중 1명이 투표한다..정당 가입도 18→16세
3월 9일 치르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학생 유권자’ 수가 약 11만 명으로 집계됐다. 대선이 2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 출마와 정당 가입 연령이 잇따라 낮아지면서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대선은 2019년 만 18세로 선거권이 하향된 이후 치르는 첫 대선이다. 만 18세 중에는 대학생 등 고교 졸업자도 있지만 고3 학생도 적지 않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기준으로 20대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학생은 11만2932명으로 집계됐다. 중·고교생 중 2004년 3월 10일 이전 출생한 학생 수를 계산했으며, 대부분은 고3 학생이다. 이는 올해 새학기에 고3이 되는 현재 고2 학생(43만9000여명)의 4분의 1 정도가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셈이다.
선거권은 선거일 기준으로 만 나이를 계산하므로, 6월 지방선거에서 학생 유권자는 더 늘게 된다. 교육부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학생 유권자는 21만4617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사실상 고3 학생 절반이 투표하는 셈이다.
학생의 정치 참여 기회는 넓어지고 있다. 11일 정당 가입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1 학생도 정당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만 18세도 국회의원 등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지지후보 따라 무리 갈릴까” 혼란에 빠진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유권자가 많아진 만큼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 유권자 수가 많은 학교에는 후보자들도 찾아오고 선거운동도 벌어질 텐데, 아이들이 학업이나 학교 본연의 생활에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지지하는 후보별로 일종의 ‘그룹’이 형성되거나,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예상되는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논쟁이나 갈등이 벌어질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사가 어디까지 개입할지도 논란이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된 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면서도 “자칫 대화가 싸움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는 정당 가입이나 활동이 안 되는데 정당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다. (정당법) 개정 이전에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가 빨라지는 속도를 학교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선관위 “만 18세 학생도 선거운동 가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내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을 주장한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실 안에서 정당 홍보가 이뤄지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정치 참여 연령 조정 이전에 성년 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참정권만큼 정치 교육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선형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논의를 할 수 있는 쟁점주의 교육을 받으며 시민의식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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