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총액 989억원? 프로야구 FA 광풍, 더 거세진다

배영은 2022. 1. 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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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한 FA 외야수 나성범. [사진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올해 매머드급으로 커졌다. FA 권리 행사를 신청한 선수 15명의 계약 총액 합계가 역대 최고인 989억원에 달했다. 총액 100억원 넘는 계약도 다섯 건 나왔다.

1년 전 열린 2021년(계약 첫해 기준) FA 시장에선 선수 15명 계약 총액이 446억5000만원이었다. 1년 새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FA 1인 평균 계약액이 66억원일 정도다. 올해 계약한 15명 중 10억원 미만 계약자는 포수 허도환(LG 트윈스·2년 총액 4억원)뿐이다. 허도환의 계약액을 빼면 14명이 985억원을 받은 셈이라 평균 총액은 71억원으로 더 많아진다. 심지어 그 중 7명은 원소속팀을 떠나 팀을 옮겼다. FA 영입 보상금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1000억원 넘는 돈이 FA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프로야구단 재정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두 시즌 동안 대부분 관중 없이 경기를 치러 입장 수익이 크게 줄었고, 광고 수입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23년엔 연봉총액 상한제(샐러리캡) 도입도 예정돼 있다. 긴축 재정에 돌입한 구단들은 시즌 후 선수단 인원을 대거 축소했다.

야구 인기도 하락했다. 야구대표팀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대중의 관심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반기 막바지 야구계를 덮친 NC 다이노스발 방역 수칙 위반 사태도 큰 악재였다. 야구 중계 시청률이 계속 하락해 중계 방송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키움 팬들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 본사 앞에서 FA 박병호의 이적을 항의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뉴스1]


실제로 최근 4년간 FA 시장 규모는 계속 축소됐다. 2017년 FA 16명이 703억원에 계약해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19명이 631억5000만원을 받아 하향세를 탔다. 2019년에는 19명 490억원, 2020년에는 19명 401억2000만원으로 총액이 더 줄었다. 2021년 15명이 446억5000만원에 계약해 그래프가 반등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보기는 어려웠다. 일부 스타급 선수만 큰 돈을 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졌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달랐다. FA 시장은 한 팀만 돈을 펑펑 써도 연쇄적으로 요동친다. 그런데 이번엔 모기업 자금력이 탄탄한 KIA 타이거즈와 NC, LG가 금고 문을 활짝 열었다. KIA가 NC 간판 외야수 나성범을 낚아채자 NC는 FA 외야수 박건우와 손아섭을 연이어 영입해 맞불을 놓았다. LG 역시 내부 FA 외야수 김현수와 장기 계약하고 국가대표 외야수 박해민을 외부에서 데려왔다.

반면 모기업 지원을 받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와 아예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는 팬들의 거센 반발에 몸살을 앓았다. 두산 베어스 역시 내부 FA 김재환을 총액 125억원에 잡고도 또 다른 FA 박건우를 내줘 '팬심'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돈의 흐름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교차됐다.

이뿐만 아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엔 이번 스토브리그 못지 않은 '초대형 장'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고졸 선수 9시즌(한 시즌은 1군 등록일수 145일 이상), 대졸 선수 8시즌이 FA 자격 기준이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고졸 선수 8시즌, 대졸 선수 7시즌으로 1년씩 축소됐다. 평소보다 두 배 많은 FA가 줄 지어 시장에 나온다.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구자욱. 다음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뉴스1]


이전 기준을 채운 선수 중엔 키움 투수 한현희, NC 내야수 박민우가 국가대표급 예비 FA로 꼽힌다. 키움 포수 박동원, NC 투수 임창민 등도 팀에서 꾸준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FA 기한 단축의 첫 수혜자가 된 예비 FA도 화려하다.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최대어'로 분류되고, LG 투수 임찬규와 포수 유강남도 눈에 띄는 예비 FA다. KT 위즈 내야수 심우준, 두산 포수 박세혁, 키움 투수 정찬헌, LG 투수 함덕주와 외야수 채은성, SSG 투수 이태양 등도 올해 성적에 따라 충분히 좋은 계약을 노릴 수 있다.

무엇보다 현역 최고 포수로 꼽히는 NC 양의지가 다시 FA로 풀린다. 그는 2019년 NC와 역대 포수 최고액인 4년 125억원에 사인했다. NC는 그 후 창단 첫 우승을 했고, 양의지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SSG 포수 이재원과 삼성 내야수 김상수, 올해 FA 신청을 미룬 LG 내야수 서건창도 이름값 높은 베테랑 예비 FA다. 올겨울을 능가하는 '돈 잔치'가 이미 예고됐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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