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원작과 비교해보니

장혜령 2022. 1. 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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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장혜령 기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티븐 스필버그가 생전 꼭 해보고 싶었다는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60년 만에 리메이크되었다. 10살 때 부모님이 사주신 1957년 오리지널 캐스트 뮤지컬 레코드를 끼고 살았다고 밝혔다. 2020년 작고한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뮤지컬이었다는 말로 이 영화를 아버지에게 바친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이가 무색하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거장 감독의 첫 번째 뮤지컬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어릴 때 접했던 뮤지컬에 매료된 후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어 춤과 음악, 연기의 하모니를 이루는 뮤지컬을 택한 것. 더 즐기기 위해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찾아 리메이크의 분위기를 느껴 보기도 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원작은?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셰익스피어의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1950년대 뉴욕 할렘으로 옮겨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야기다. 10대 갱인 유럽계 이민자 제트파와 히스패닉(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샤크파의 대결에 희생된 커플의 비극이다. 1957년 브로드웨이 초연된 뮤지컬을 바탕으로 1961년 영화로 만들어져 빅 히트 쳤다. OST는 전주만 들어도 알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원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 황금기에 초연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이색적이다. 드라마와 코미디가 중심이었던 뮤지컬 분야에서 당시 획기적인 춤은 단연 돋보였다.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꼽히는 '대사 없이 손가락 튕기기', 발레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춤사위, 정열적인 라틴음악의 군무는 지금 봐도 모던하다. 또한 사회적 메시지를 넣어 평범한 이야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야?" 싶은 말이 입 밖에서 맴돌지만, 할리우드는 최근 참신한 스토리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이다. 원작 없이 오리지널 스토리는 영화제작에 꺼리는 분위기다. 2021년 <고스트 버스터즈> <매트릭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등. 기존 것에 새로운 옷을 입혀 선보이는 스토리 재활용이 잦아지는 추세다. 팬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게 레트로 열풍에 이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작이 있는 이야기는 때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운 것과 결합해 끼워 맞추기 좋은 기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이야기의 변주, 호불호 갈릴 것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욕 할렘가의 골칫거리 갱단인 샤크파와 제트파. 도시 정화 사업으로 곳곳이 폐허가 되었지만 여전히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어둡고 칙칙하며 위험한 뉴욕을 버리고 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있던 갱은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 중이다. 경찰은 구역도 없는 조직은 살아남을 이유가 없다며 빨리 이주하라고 경고하지만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던 중 최근 감옥에 다녀와 가석방 중이던 토니(안셀 엘고트)에게 제트파 두목이자 친구인 리프(마이클 파이스트)는 다시 시작하자고 꼬드기던 중이었다. 제트파는 사실 토니와 리프가 만든 갱이었다. 하지만 토니는 갱생하고 싶어 했다. 마음씨 좋은 발렌티나(리타 모레노)의 가게에서 착실하게 일하며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리프의 설득에 토니는 두 갱단의 대결 연장선인 댄스파티에 참석하게 되고,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를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이내 금지된 사랑으로 괴로워한다. 둘은 사랑의 마음을 끊어 버릴 수 없어 몰래 만나 사랑을 키워 오다, 도망가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벽에 부딪힌다.

대립과 화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티븐 스필버그는 클래식이 주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현대적 감수성을 첨가, 꾸준히 회자하고 있는 분열이란 주제를 녹여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임을 또다시 강조한다. 사랑이 너무 클 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계층, 피부색, 이념 등을 떠나 사랑으로 하나 될 수 있는 모든 세대에게 하고 싶은 거장의 말이다.

아메리칸드림을 쫓아온 동유럽 이민자와 히스패닉 이민자의 갈등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말해준다. 서유럽 출신이 개척한 미국에 뒤늦게 유입된 동유럽 출신은 하층민으로 전락해 살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불만은 크고 뒷전으로 밀려 근근이 먹고살기 바빴다. 거기에 히스패닉계의 유입으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되자 할렘가에서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미국 내 차별과 반목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와 대조적인 화려한 퍼포먼스와 귀를 녹이는 음악, 필름 카메라와 세트에서 찍은 듯한 빈티지한 분위기, 확연히 구별되는 의상 색감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를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스페인어는 자막을 넣지 않았다. 또한 원작의 아니타 역할을 맡은 리타 모레노가 할머니가 되어 젊은 세대의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온 점, 마리아의 오빠이자 샤크파 두목인 베르나르도가 권투 선수인 점에 변주를 주었다.

빼어난 고전 리메이크는 명암이 존재한다. 그만큼 부담이 큰 작업이다. 하지만 원작과 비교했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리메이크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21세기 버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손색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되도록 큰 화면에서 보길 추천한다. 2022년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뮤지컬 부분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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