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치료로 뺨 괴사" 주장..병원은 "허위사실"

권남영 2022. 1. 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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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5세 딸의 뺨에 수포(물집)가 생겨 소아과 병원을 방문했지만 초동 조치를 잘못 받아 피부가 구멍 나기 직전까지 괴사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병원 측은 진료 상황을 상세하게 서술한 반박 글을 올리고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병원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 5세 딸을 키우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의 얼굴이 썩어들어가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최근 딸의 오른쪽 뺨에 물집이 생겨 병원에 갔다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딸의 오른쪽 뺨에 2~3개의 수포가 생기더니 이튿날 수포가 번져 급하게 부산 지하철 가야역 인근 소아과를 찾았다. 병원 측은 농가진화(피부병 부위에 감염이 일어나 고름 딱지증이 생기는 현상) 가능성이 있다며 연고를 처방했다.

A씨는 “처음 내원했을 때 수포가 수십 개 정도여서 크게 이상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그런데 병원에서 치료할수록 피부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지더니, 5일도 안 돼 피부가 썩어들어갔고 구멍 나기 직전까지 괴사됐다”고 주장했다.

5세 딸의 뺨에 수포가 생겨 처음 병원에 갔을 당시 상태. 오른쪽 사진은 문제의 병원 방문 이후 상태가 악화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어 “병원을 다녀온 후 이틀간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연고를 발라줬는데 상처가 낫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졌다”며 “긁힘 방지를 위해 일반 밴드 붙여도 된다고 했는데, 재방문하자 밴드 붙인 것에 대해 뭐라 하시며 곰팡이균 약을 처방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딸의 피부 수포는 점점 더 번지면서 피부 조직이 새까맣게 변형되기 시작했다. 결국 동네 피부 전문 병원을 찾은 A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새롭게 찾은 병원의 원장은 A씨 딸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면서 “‘농가진’으로 이렇게까지 심하게 피부 상태가 악화한 것은 25년 이상 일하면서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72시간 이내에 약만 2~3일 동안 잘 먹이면 금방 낫는 병이다. 초기 진단과 처방, 조치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됐다”고 부연했다.

A씨는 “큰병이 아닌데 나 때문에 크게 키워 딸에게 고통 준 건 아닌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며 “진피층까지 균이 파고들어가서 조금만 늦었으면 피부에 구멍이 생길 정도의 수준으로 피부가 괴사됐다고 한다. 추후 얼굴에 큰 흉터가 생길 수도 있는 수준으로, 아주 나쁜 상태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열흘간 새벽마다 딸을 깨워서 4시간 간격으로 항생제를 먹이고 있다”며 “어른이 받아도 따가운 레이저 치료를 어린 딸이 받다 보니 병원이 떠나갈 정도로 울고불고한다. 저도, 아이도, 병원 의료진도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치료비도 적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초진을 봐준 병원에 분노한 A씨는 현재 상황과 억울한 심정을 서류화해 원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A씨는 “원장은 당시 본인의 조치가 미흡한 점과 다른 전문 병원으로 안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손해가 발생한 부분은 청구서를 만들어 보내 달라고 했다. 원장님 본인은 자신의 미흡한 초동 조치가 무엇이었는지 다른 병원에 자문하겠다고 했다”고 언쟁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가 청구서를 주러 병원을 방문하자, 원장은 연락을 피하고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A씨는 “갑자기 원장님 본인은 잘못한 부분이 없다면서 증거를 가져오라는 둥, 절차대로 진행하라는 둥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얼굴에 수포 자국이 없었다고 우기고, 거기에 대한 치료를 정확하게 했다고 거짓 주장까지 했다. 말이 안 통하는 막무가내 태도였다”고 말했다.

A씨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평소에 법도 잘 알지 못하는데 ‘법대로 하라’고 나오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엉터리 진단과 처방으로 이제 겨우 5살 난 딸의 뺨에 구멍이 생기기 직전이 되도록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나오니 정말로 억울하고 속상하다. 대처 방안에 대해 조언해 달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병원 측을 비난하는 여론이 커졌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12일 반박글을 올리고 A씨의 주장과 사실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A씨가 보상비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공개적으로 병원을 음해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의 딸을 진료했다고 소개한 의사 B씨는 당시 상황을 날짜별로 분류한 글로 반박했다. B씨는 A씨와 딸의 첫 내원일을 지난달 7일로 지정하며 “환아가 발열 가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했다. 청진상 가벼운 수포음이 들려 기관지염으로 진단하고, 하기도 호흡기 치료와 기관지염 약 및 항생제 처방을 했다”고 했다.

이어 “환아가 이틀 뒤 감기 증상으로 재내원했다. 기침은 줄었지만 가래가 남아 하기도 호흡기 치료를 시행하고 약 처방을 했다”며 “당시 환아 볼에 붉은 발적이 있어 엄마에게 아이가 긁었는지를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아이에게 가려운지를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당시 수포 소견은 뚜렷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계속 만지면 농가진이 된다고 설명하고 환부에 바를 수 있는 항생제 연고(무피로신)를 추가 처방했다”며 “당시 보호자가 환부에 밴드를 붙이는지 물어 ‘농가진은 손으로 만지면 번질 수 있어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긁는 환아의 경우 잠깐 붙여도 된다’고 답했다. 보호자가 올린 지난달 9일 사진에는 붙였다가 뗀 밴드 자국이 있다. 당시 봤던 얼굴 상태와 사진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는 첫 내원 나흘 뒤인 지난달 11일 본 A씨의 딸 볼에 밴드가 붙었고, 떼어낼 때 놀랐다고 기억했다. B씨는 “밴드 안쪽 피부가 물에 불은 것처럼 희게 부풀어 있었다. 가피는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진균 감염 동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복합 감염을 고려해 약을 먹고 호전되지 않을 때 피부과 진료를 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호자가 올린 11일 사진은 상처가 말랐고 이미 가피가 생겨 당시 봤던 얼굴과 크게 다르다”며 “(A씨와 딸은) 11일 이후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B씨는 같은 달 23일부터 시작된 A씨의 항의와 병원 측의 반박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자신들의 보상비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본원을 음해하고 비방하는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 허위사실이 일파만파 퍼져 명예훼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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