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파란 말풍선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테크 업계에서 특정 기업, 서비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젊은 사용자들의 감소다. 그런데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미국에서는 구매자들의 평균 연령이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40%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18~24세 연령대에서는 그 비율이 70%가 넘는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애플의 메신저인 아이메시지(iMessage)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이메시지는 안드로이드폰과도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메시지는 초록색 말풍선 안에 등장한다고 한다. 파란색 말풍선으로 뜨는 아이폰 유저와 금방 차이가 난다는 것. 게다가 이모지 사용을 비롯한 자잘한 기능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모인 톡방에 초록색 말풍선이 보이면 귀찮게 생각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폰의 평균 가격이 아이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초록색 말풍선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아이를 의미하는 잠재적인 시그널이 되었고, 심지어 “초록색으로 메시지 보내는 사람과는 사귀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고. 처음에는 순전히 기술적인 필요로 색을 다르게 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사회적 낙인이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폰으로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 애플의 경영진은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메시징 앱 내에서 시각적으로 두 운영체계에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수적으로 많은 안드로이드가 메시징 시장을 장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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