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정용진의 멸공, 위험한 정치였다

오병상 2022. 1. 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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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1월 15일 이마트 ‘잭슨피자’ 홍보를 위해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온통 빨강색이 중국공산당 같다는 지적에, 정용진은 '난 공산당이 싫어요'란 해시태그를 처음 달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이 정치판에 휩쓸렸습니다.
정용진이 최근 잇따라 올린 ‘멸공’메시지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등 야당 정치인들이 잇따라 흉내내는 챌린지가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10일 신세계 주가가 6.8% 급락했습니다. 정용진은 10일 저녁 ‘정치 운운말라’는 글을 올리며 정치와 선을 그었습니다.

2. 정용진은 SNS에 적극적인 인플루언서입니다. 주로 자신의 일상과 자사 홍보용입니다.

이번에도 출발은 신제품 홍보였습니다. 지난 11월15일 이마트에서 만든 피자를 홍보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피자 포장지와 카드지갑 모자 등이 모두 빨간색이었습니다. 마치 중국 홍위병이 붉은 수첩(마오 어록)을 들고있는듯한..

3. 정용진은 이런 점을 의식한듯..글을 덧붙였습니다.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오해마시기 바란다’며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대다수 팔로워들이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글을 올리며 호응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친여성향 네티즌들이 ‘친중 문재인정부 공격’이라며 비판적인 글을 올렸습니다.

4. 이후 정용진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메시지의 변주를 이어갑니다.
각종 일상사진에 반공 메시지를 비틀어 집어넣었습니다. 새해벽두 숙취해소제 사진을 올리면서 ‘이거 먹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멸공!’이란 글을 올렸습니다. ‘멸공!’은 반공의 최강구호입니다. 장난스럽지만 집요한 느낌입니다.

5. 국민의힘 윤석열이 8일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가서 쇼핑하는 사진과 함께‘달걀,파,멸치,콩’ 해시캐그를 달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달ㆍ파ㆍ멸ㆍ콩’이란 ‘문(달)빠(파) 멸공’으로 풀이됩니다. 다른 정치인들이 따라하면서 ‘멸공 챌린지’가 됐습니다. 여권에선 본격적으로 정용진을 공격했습니다.

6. 정용진은 10일 밤 글에서 사실상 ‘멸공’절필선언을 했습니다.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정치 운운하지 마시라.’(나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의미)

‘재들(북한)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데 안전이 어디 있느냐..’(북한이 우리 안전을 위협한다)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줘야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더라. 당해봤나?’(북한 때문에 불이익을 봐야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하다)

7. 정용진은 ‘평소 생각’을 SNS ‘개인채널’에서 공유한 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데 불쾌했을 겁니다. 두가지 점에서 경솔했습니다.

첫째, 정용진은 보통 개인이 아닙니다. 72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재벌오너입니다. 영항력도 크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둘째, 멸공이란 정치구호입니다. 지금은 대선국면입니다. 처음 피자 사진에서 그쳤어야 합니다.

8. 기업인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혐오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인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 위험합니다. ‘부’을 가진 자가 ‘권력’까지 노린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정용진의 ‘평소 생각’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공격받았으며, 인플루언서로 누려온 영향력은‘권력’으로 견제받았습니다.

9. 일찌감치 신세계 내부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있었답니다. 정용진도 이젠 깨달았나 봅니다.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눈치 빠르게 알아야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함양할 것이다.’

마지막 문장입니다. 칭찬 댓글 수천개가 달렸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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