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최초 감염병 전문 독립 병동.. 평상시에도 음압격리 운영"

민태원 2022. 1. 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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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관리실장이 말하는 '감염병 전문 병동'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포함 모든 병상에 음압격리 환자 수용
다음달 10일부터 부분 운영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 가능성 먼저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
이후 결핵·수두·메르스 등 고위험 감염병 대응에 활용 계획
전문 인력·시설 유지 비용 상당해 수가 인정 등 제도적 보완 절실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관리실장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같은 고위험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도 효율적으로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지속적인 의료진 훈련과 진료가 가능한 형태로 감염관리센터(CIC)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만 가동되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평상시에도 모든 병상을 음압격리 환자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이 감염병 환자와 감염 의심자들을 응급실과 외래 진료, 검사실은 물론 중환자실, 수술실까지 모두 음압격리 상태에서 대응 가능한 독립된 감염병 전문 병동을 세웠다. 국내 민간 의료기관으로는 최초의 시도다.

‘감염관리센터(CIC·Center for Infection Control)’로 이름지어진 이곳은 1년 6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다음달 10일 부분 운영에 들어간다.

아산병원 감염관리실장인 김성한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다음 달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커 우선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하고 이후엔 결핵이나 수두, 메르스 등 고위험감염병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상시적 감염병 대응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공공 의료가 아닌 민간 영역에서의 통큰 결정이어서 의료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CIC는 어떤 곳인가.

“감염병 및 감염 의심 환자를 응급실 내원 단계부터 입원까지 별도로 구분하고 진료 전 과정에서 감염 확산 위험을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국가지정 치료병상 기준에 준하는 음압격리 시설을 갖춘 별도의 신축 건물로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모델이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진행되던 2020년 8월에 착공해 내부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2월 10일부터 단계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지하 3층, 지상4층의 독립 건물(연면적 2만2479㎡)로 1층에 감염병 전용 응급실, 2층에 음압격리병동(15병상)과 외래, 3층에 음압격리중환자실(13병상)과 음압수술실, 음압CT촬영실 등이 자리잡는다. 모두 병실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음압 시스템을 갖췄다.”

-왜 이런 시설이 필요한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의 지속적 발생과 해외 환자 유치 과정에서 유입되는 고위험 감염병 의심 또는 확진 환자를 따로 격리해 진료할 공간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시설이지만, 향후 20~30년을 내다보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투자한 것이다. CIC가 설계·건축되는 과정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CIC 같은 시설의 중요성이 더 빨리 부각됐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사한 신종 감염병은 계속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 대응에 먼저 활용하나.

“그렇다. 우선 CIC를 코로나 중증환자 진료 전담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전체 병상의 4%까지 준중증 및 중증 병상 확보 명령을 내렸는데, 이곳을 활용하면 원내 부족한 중환자 병상 마련에 부담을 덜수 있을 것이다. 일반 환자 병상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본다.”

-감염병 응급실이 눈에 띄는데.

“CIC 1층 응급실 입구에서 호흡기질환과 비호흡기질환자를 구별하는 절차(pre triage)가 운영된다. 호흡기질환으로 분류된 환자만이 CIC내 일반 촬영 및 CT검사실 을 거쳐 경증 환자 구역 혹은 음압 관찰실로 입실 후 환자 상태에 따라 2·3층 음압격리 병동 및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비호흡기질환자로 구분된 이들은 바로 옆, 기존 병원(서관)의 성인 응급실에서 동일한 절차로 진료가 진행된다. 즉,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들의 동선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이다. 늘 문제였던 기존 응급실의 지연·지체도 해결돼 숨통이 트일 것이다.”

-다른 의료기관엔 이런 시설 없나.

“감염병 전문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는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워두거나 정상 운영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또 우리 CIC처럼 응급실, 외래, 병동, 검사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이 한 개의 독립된 건물에 모두 포함돼 있지 않다. 특히 음압수술실의 경우 따로 떨어져 있다 보니 수술하려면 이동 동선이 길고 이동 시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다음 달 10일부터 부분 운영에 들어가는 감염관리센터(CIC) 전경. 서울아산병원 제공


-CIC 운영은 어떻게 하나.

“CIC의 특징은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 따라 1·2·3단계로 고위험 병원체를 볼 수 있는 병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CIC 2층의 경우 코로나19 환자를 2명 또는 6명 보면서 같은 층에 있는 다른 감염병 환자와 동선을 완벽히 분리해 진료할 수 있다. 기존 코로나 전담 병동에선 이게 불가능했다. 또 평상시에는 가끔씩 유입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 예를들어 메르스나 에볼라 의심 환자들을 수용할 생각이다. 이밖에 음압 격리가 필요한 결핵이나 수두, 홍역, 폐포자충폐렴, 독감, 파라인플루엔자(PIV),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다른 호흡기감염병 대응에도 활용된다. 코로나19 같은 고위험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는 이런 감염병 환자를 지속 진료하면서 의료진 훈련과 교육에 힘써겠다.”

-감염병 시설은 전문 인력도 중요한데.

“2015년 메르스 이후 상시 감염병 위기대응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그 이듬해 병원 자체적으로 ‘유행성감염병대응팀(EIDT)’을 발족했다. 150여명의 전문 의료진을 확보해 놓고 있으며 현재는 코로나 대응에 투입하고 있다. 앞으로 CIC에서 근무하며 실무와 연계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EIDT를 보다 고도화하고 상시 운영되는 체계로 만들겠다.”

-그래도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현재 의료시스템에서는 음압격리시설을 갖추더라도 급여 인정 기간이 짧고 감염병이 의심돼도 객관적 소견이 도출되기 전까지 선제 격리에 한계가 있다. 또 음압격리가 인정되는 질환은 홍역, 수두, 결핵, 대상포진, 메르스, 코로나19 등 총 6개 질환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와 관련해 급여 적용 대상과 격리 인정 기간 확대 의견서를 2019년말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지만 아직 명확한 제도 개선은 없는 상태다.”

-민간 감염병 전문시설 확산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책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CIC에서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행이 없어지면 또 다른 유행에 대비해 이런 고도 격리 시설과 고위험 중증 감염병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과 전문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수가(진료 서비스 대가)가 인정되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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