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정' 삼성에 특허소송 낸 그 "악감정 없다, 내 일을 할 뿐"

김태윤 2022. 1.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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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안승호(63) 전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장(부사장)이 입을 열었다.

안 전 부사장은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삼성에 악감정 같은 것은 없다”며 “특허권자인 스테이턴 테키야가 소송을 원했고,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차 “이 일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엔 여러 특허 소송 중 하나이고, 나도 내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부사장은 2020년 6월 설립한 특허자산관리회사(NPE) 시너지IP를 통해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10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미국 변호사인 그는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IP전략팀장, 라이센싱팀장 등을 거쳐 2010년부터 2019년까지 IP센터장을 지냈다. 다음은 안 전 부사장과 일문일답.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 [한국지식재산협회 캡처]

Q :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A : “특허권자인 미국 스테이턴 테키야가 원했기 때문이다(※테키야는 미국 델라웨어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다). 우리(시너지IP)도 테키야의 특허 권리를 일부 갖고 있다. 특허 소송을 하려면 특허 권리를 보유한 모두가 원고로 들어가야 한다. 빠질 수가 없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Q : 이른바 ‘친정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어서 파장이 큰 것 같다.
A : “내가 삼성을 해할 이유도 없고, 악감정도 없다. 이번 특허 소송은 삼성전자에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러 개 중의 하나)’이다. 나는 사업자로서 내 일을, 내 사업을 하는 것뿐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2017년 1월~2021년 9월) 미국에서만 413건의 특허 침해 관련 피소를 당했다. 특허관리 전문업체(NPE)로부터 315건, 제조업체로부터 98건이다. 소송 대부분은 취하되거나 기각됐다.

Q : 10년 가까이 삼성의 특허부문 총괄 책임자였기 때문에 내부 정보나 전략을 잘 알 것 아닌가.
A : “특허 싸움은 각 특허의 어떤 내용을 두고 다투느냐가 본질이지, 내부 전략 같은 것은 그리 중요치 않다. 또 내가 삼성을 떠난 지 2년이 넘었는데, 그사이 많은 게 변했을 것이다. 책임자가 달라지면, 일하는 방식이나 대응 전략 등도 달라졌지 않겠나.”
안 전 부사장은 “소송은 지난해 11월에 냈고, IP 관련 업계에선 이미 다 알려졌던 내용”이라며 “왜 이제 와서 시끄러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로닷컴 레이더’ 등 해외 법률 전문지에는 관련 보도가 여러 건 실렸다.

Q : 삼성이 보유한 20만 건이 넘는 특허 중 음성 인식 관련한 분야를 특정해 소송한 이유는
A :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NPE는 특허가 좋고, 침해 여지가 있으면 소송을 할 수 있는 거다.”
시너지IP와 테키야가 낸 소장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기술은 ‘올웨이즈 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US8111839), ‘오디오 녹음용 장치’(US8254591) 등이다.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 등에 적용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다른 해외 NPE나 제조업체로부터 음성 인식 관련해 여러 차례 피소를 당한 바 있다.

Q : 몸담았던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나
A : “누차 말하지만 삼성에 특별한 감정이 없다. 스스로 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삼성에 있었던 내가 삼성을 도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Q : 소송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A : “소송을 낸 지 이제 두 달밖에 안 됐다. 결과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안 전 부사장은 2019년 퇴직했다. 이후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퇴직 후 2년 안팎으로 보수·복지 등을 예우해주는 ‘고문’ 역할을 4개월 만에 접고, 시너지IP를 설립했다. 안 전 부사장은 이에 대해 “내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소송 중인 사안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안 전 부사장은 퇴직과 관련해 삼성 측과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같은 소송 제기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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