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피온·스필버그 최다 3관왕..인종·성별 다양성에 사활 건 美골든글로브
화려한 수상 무대도, 레드카펫, 생중계도 없었지만, 쇄신을 향한 노력은 빛났다. 9일(현지 시간) 미국 베벌리 힐스 힐튼 호텔에서 비공개 개최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단연 인종‧성별 다양성 회복이 화두였다. 맨 처음 나란히 호명된 두 수상자 모두 비백인 배우였다.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최초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오영수,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푸에르토리코계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포즈’의 미카엘라 제이 로드리게즈가 트랜스젠더 최초로 트로피를 차지하며 골든글로브 역사를 다시 썼다. 수상 직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상은 더 많은 재능 있는 젊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젊은 LGBTQAI 아가들아 이제 문 열렸으니 별에 닿아보자!”는 글을 남겼다.
거장 캠피온·스필버그 나란히 최다 3관왕
특히 영화 부문은 다문화 작품이 트로피를 휩쓸었다. 올해 공동 최다 3관왕은 남녀 거장의 작품이 나란히 올랐다. 동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토대로 다인종간 화합을 강조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여우조연상과 함께 뮤지컬/코미디-작품상과 콜롬비아계 신예 레이첼 지글러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성 중심 이야기로 채워져온 미국 서부 무대 시대극을 여성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는 드라마-작품상과 감독상, 신예 코디 스밋 맥피의 남우조연상을 안았다. 지난해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감독 영화가 작품상‧감독상을 동시에 품었다.
영화 연기상 6개 중 절반 비백인 수상
배우 윌 스미스가 세계 테니스 여제 세레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를 캘리포니아 빈민촌에서 길러낸 아버지 리차드의 실화를 연기한 ‘킹 리차드’로 드라마-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 부문 연기상 6개 중 절반을 비백인 배우가 가져갔다.
실존 인물 영화 강세도 두드러졌다. 미국 전설적인 희극인이자 배우 루실 볼을 배우 니콜 키드먼이 빼닮게 연기한 ‘빙 더 리카르도스’가 드라마-여우주연상, 미국의 천재 뮤지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을 앤드류 가필드 주연으로 영화화한 ‘틱, 틱... 붐!’이 뮤지컬/코미디-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영국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레너는 각본‧연출을 겸해 1960년대 북아일랜드 노동자 가정의 삶을 그린 반자전적 영화 ‘벨파스트’로 각본상을 받았다.
음악상은 SF 서사시 ‘듄’의 음악감독 한스 짐머, 주제가상은 역시 짐머가 음악감독을 맡은 첩보 액션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가수 빌리 아이리시가 부른 ‘노 타임 투 다이’에 돌아갔다. 외국어영화상은 비영어권-작품상으로 명칭을 바꾼 올해 첫 트로피를 일본 떠오르는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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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영미권 배우 제치고 수상, 이정재 불발
TV 드라마 및 시리즈 부문은 성전환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을 제외하면, 다양성이 돋보였던 후보군에 비해 수상은 대부분 영미권 백인 스타가 차지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이정재의 남우주연상까지 3개 후보에 올랐지만, 남우조연상 트로피만 안았다. ‘오징어 게임’ 수상이 불발된 TV 드라마 작품상‧남우주연상은 모두 미국의 백인 막장 재벌 가족을 그린 풍자극 ‘석세션’, 그 주연을 맡은 미국 배우 제레미 스트롱이 가져갔다. 다만 TV 드라마 남우조연상 부문은 ‘더 모닝쇼’ 빌리 크루덥‧마크 듀플라스, ‘테드 래소’ 브렛 골드스타인, ‘석세션’ 키에란 컬킨 등 영미권 백인 후보들을 제치고 오영수가 차지했다.
'미나리' "인종차별" 골든글로브, 오영수와 회생할까
사면초가에 처한 골든글로브측은 시상식에 앞서 다양한 인종‧성별의 신규 회원 21명을 확충하고 공정성을 위한 이사회 등을 신설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지에선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골든글로브에 등을 돌렸던 현지 매체 대부분도 수상 결과 보도에 그치고 있다. 9일 비공식 개최된 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LA타임스 기자는 이날 기사에서 내부 소식통인 네덜란드 언론인을 인용해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진정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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