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각별한 우정" 과시한 靑..발묶인 한국인 37명 귀국은

정진우 2022. 1.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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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대에 맞서 진압 작전을 펼치는 카자흐스탄 경찰들의 모습. [연합뉴스]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며 현지에 발이 묶인 우리 국민이 조속히 귀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두 차례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청와대는 ‘각별한 우정’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카자흐 당국은 알마티 국제공항의 통제권을 되찾았지만, 한국인 승객 29명과 승무원 8명 등 총 77명이 탑승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여전히 공항에 묶여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8명의 승무원은 알마티 시내의 한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교민 등 여객기 승객들은 카자흐스탄 내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이나 지인의 집 등 별도의 안전한 공간에 머물고 있다.


靑 강조한 '각별한 우정' 국민 보호에 활용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개최된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 인사하는 모습. [뉴스1]
이와 관련, 외교가에서는 그간 투입했던 정상외교 자원을 이제 국민 보호를 위해 회수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지난해 8월엔 토카예프 대통령이 방한해 또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8월 토카예프 대통령의 방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뤄진 첫 외국 정상의 방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국내로 봉환했고, 정부는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청와대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은) 양국의 특별한 인연을 되새기고 우의를 증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진 토카예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양국 간 각별한 우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고 없는 발포, '무차별 진압' 비판도


지난해 8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하관된 유해 위에 허토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부가 카자흐스탄에 공들인 이유가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 목적에 그칠 게 아니었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을 하루빨리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이런 ‘특별한 인연’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조기 귀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례적인 두 차례의 정상회담 개최 등 큰 외교 자산을 투입했는데도 국민의 안전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전 경고 없는 발포를 허가하는 등 무차별적인 진압에 나선 건 이미 정부가 강조했던 ‘각별한 우정’을 머쓱하게 만든 터다. 사망자만 160여명에 이르는 데다 러시아군 개입까지 허가한 그에 대해 국제사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카자흐스탄 유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외교채널 총동원, 현지에선 '대책반' 지원


카자흐스탄 정부군은 현재 알마티 국제공항의 통제권을 되찾은 상태지만, 아직 국제선 운항이 제한되는 등 공항 운영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을 태우고 귀국해야 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역시 공항에 계류중이다. 사진은 러시아 정부가 투입한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 대기중인 러시아인의 모습. [AP=연합뉴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귀국 절차가 재개될 수 있도록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카자흐스탄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항공기 계류로 귀국이 지연되고 있는 승객·승무원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대책반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로 훼손된 각종 공항 설비가 복원돼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할 때까지 현지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카자흐 당국이 알마티 공항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았지만,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공항의 각종 설비가 고장나는 등 정상적인 공항 운영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항이 정상화하는 대로 항공기가 승무원 및 귀국 희망자를 태우고 운항에 나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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