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환경 외치는데 현장은 일회용품 재확산

장정욱 2022. 1. 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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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비닐봉지 사용 제한
제도 시행 3년 만에 '유명무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도 혼선
지난 8일 지역 한 대형마트에서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안내문 아래 일회용 비닐봉지를 두고 소비자들에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환경부가 새해 들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친환경 정책을 가속하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그동안 규제해 왔던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 비닐봉지가 다시 등장하고 편의점 등에서도 무상으로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제도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카페와 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일회용품 사용을 다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시행규칙’을 개정해 고시했다. 오는 4월 1일부터 식당과 카페 안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11월 24일부터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도 쓸 수 없다.


일회용품 규제는 환경부가 올해를 탄소중립 이행 원년으로 삼고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 마련에 속도를 높이면서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국민 체감도를 높이고, 작년 한 해 열심히 갈고 닦은 탄소중립 기반 위에서 사회·경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19년 1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으로 유통·소비 단계에서 비닐·스티로폼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와 대형슈퍼에서 두부, 어패류, 고기 등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과 흙이 묻은 채소 등을 제외하고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을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3년이 지나면서 고객에게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마트가 늘어나고 있다. 두부, 어패류, 생선 등이 아닌 과일이나 흙이 묻지 않은 채소 진열대에도 비닐봉지를 놓아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일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한모(36)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장을 보러 오는 데 과일이나 채소는 보통 진열대 옆에 놓인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아서 계산한다”며 “예전에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던 건 아는데 언제부턴가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다시 놔뒀길래 써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단독주택까지 확대 시행 중인 투명 페트(pet)병 분리배출도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상표(라벨) 비닐을 제거하지 않거나 여전히 일반 페트병과 함께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택 경우 아파트와 달리 전용 분리수거함이나 별도 공간이 없어 제도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다세대주택 관리업을 하는 강모(60) 씨는 “(제도 시행 전부터) 안내문도 붙이고 세입자들한테 따로 분리수거를 잘 지켜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그게 어려운 모양”이라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지금은 10%도 안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비닐봉지 등 사용 제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이 전체 일회용품 사용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2020년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년보다 19% 늘었다. 비닐 폐기물 9%, 스티로폼 등 발포수지류도 1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2020년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하루 평균 발생량은 923t으로 전년인 2019년 776t에서 19%가량 많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사용은 2019년 연간 9만2695t에서 2020년 11만957t으로 늘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2020년 생활폐기물 가운데 비닐과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며 “친환경 정책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는지 점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느슨하게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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