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흐름 속에서 다시 돌아온 60년대의 숙녀들 #패션트렌드

김지회 2022. 1. 10. 15: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0년대 트렌드가 돌아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세버그〉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패션은 생전 진 세버그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해석해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극중에서 소년 같은 픽시 커트에 옐로 스커트 수트를 입거나, 체리처럼 붉은 레드 컬러의 시프트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소신대로 배우와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한 진 세버그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 이렇듯 60년대 패션 아이콘을 오마주한 영화들은 스타일뿐 아니라 그녀들의 인생을 탐구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꾸준히 인기를 모았다. 영화 〈재키〉에서 퍼스트레이디 재키 케네디 역을 소화한 내털리 포트먼, 〈팩토리 걸〉의 에디 세즈윅을 연기한 시에나 밀러 등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녀들을 배우가 아니라 장 뤽 고다르나 앤디 워홀처럼 동시대를 살아간 그녀들의 매력적인 모습을 주변인처럼 마주하는 것이다. 영화 속 아이콘들은 여전히 과거 속에 있지만, 우리는 지금도 그녀들의 스타일을 곱씹으며 과거의 트렌드를 현재형으로 풀어내고 있다. 짧은 스커트 수트와 고고 부츠로 완성한 모즈 룩, 반전운동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펼쳐진 히피 열풍,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스페이스 룩 등 6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이어진 트렌드가 런웨이에서 디자이너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 흐름에 피지컬 쇼를 선보인 디자이너들은 현재에 대한 불안함과 쉽게 바뀌지 않는 일상, 멈춰버린 쇼에 대한 정체기를 깨기 위해 변화의 격동기였던 60년대를 들여다봤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르크 보앙의 컬렉션을 탐구하며 컬렉션을 구상했어요. 그가 1961년에 선보인 슬림 룩은 1947년 뉴 룩과 마찬가지로 패션계를 완전히 뒤바꾼 컬렉션이었죠. 저는 디올 역사에서 그가 바꾼 이 부분이 제가 추구하는 정신과 매우 가깝다고 생각해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선보인 2022 S/S 컬렉션은 마르크 보앙의 컬렉션처럼 라즈베리와 레몬, 완두콩을 떠오르게 하는 갖가지 비비드한 컬러에 스쿠버 소재로 볼륨감을 주는가 하면, 3D 자수 장식을 더해 보앙과는 또 다른 모즈 룩을 선보였다. 트위기가 입을 법한 시프트 드레스, 재키 케네디가 프런트로에서 눈여겨봤을 스커트 수트를 선보인 건 디올만이 아니다. 브라이언 파크에서 뉴욕 데뷔 쇼를 치른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레미 스콧은 프랑코 모스키노의 클래식한 실루엣에 연 날리는 곰과 데이지를 든 스컹크, 비치볼 놀이를 하는 바다표범 등 아기들의 애착 이불로 만든 듯한 스커트 수트와 베이비 돌 코트를 만들었다.

“달콤한 꿈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죠.” 컬렉션을 통해 동화적 상상력을 펼치는 제레미다운 방식이었다. 그런가 하면 직선적인 60년대 모즈 룩을 섹슈얼한 방식으로 풀어낸 디자이너도 있었다. 프라다의 수장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밀란과 상하이에서 동시 쇼를 선보였는데, 껍질을 벗긴 듯 시프트 드레스를 베어백으로 연출한 뒤 트레인(치마에 꼬리처럼 달린 부분)을 길게 늘어뜨려 드레시하게 연출하고 여기에 투박한 가죽 코트를 걸치는 방식으로 대범한 60년대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과거의 흔적은 항상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가죠. 코르셋과 레이스업 디테일 등 구속하는 것에 대한 전통적 의미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그로 인해 몸은 더욱 자유로워졌죠.” 쇼를 완성한 두 사람의 대화는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만든 디자이너 쿠레주를 떠올리게 한다. 미니스커트로 다리를 드러내 활동성을 높이고, 직선적인 드레스와 코트를 매치해 브래지어에서 몸을 해방시킨 그. 진 세버그를 비롯해 변화를 위해 행동하며 60년대를 이끈 젊은이들의 반란(Youthquake)은 그 시대의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모즈들처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틀을 깨기 위해서.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