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인구 연간 180만 명 초미세먼지 탓에 조기 사망"

강찬수 2022. 1. 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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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매우나쁨 안내문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과 대기 정체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누적되면서 발생했다. 뉴스1

전 세계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 가운데 연간 180만 명이 초미세먼지(PM2.5)로 인한 대기오염 탓에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의학 저널인 '랜싯 플래닛 헬스(Lancet Planet Health)'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도시인 중 180만 명이 초미세먼지 오염 탓에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 폐암, 하기도 감염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걸리고, 이로 인해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도시 평균 WHO 권고기준의 7배


2019년 1월 12일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이 스모그에 덮여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 도시에서 1㎢ 면적의 구획 1만3160개를 골라 인구 분포와 오염도를 파악해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구밀도를 고려한 전 세계 도시의 평균적인 초미세먼지 오염도(평균 도시 인구 가중 농도)는 2019년 ㎥당 3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 연평균 권고 기준을 10㎍/㎥에서 5㎍/㎥로 강화했는데, 연구팀이 산출한 전 세계 도시의 평균 오염도는 과거 권고 기준의 3.5배, 새 권고 기준의 7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또 전 세계 도시 인구의 86%가 기존 WHO 기준치(10㎍/㎥)를 초과하는 지역에서 살고, 대부분의 도시 인구가 현재 기준(5㎍/㎥)보다 오염도가 높은 곳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는 2019년 초미세먼지 전국 평균 오염도가 23㎍/㎥였고, 2020년에는 19㎍/㎥, 지난해는 18㎍/㎥로 개선됐다.

전 세계 도시의 초미세먼지 오염도와 조기 사망률. (Lancet Planet Health, 2022)

연구팀은 2000년의 경우 전 세계 도시의 초미세먼지 인구 가중 평균 오염도가 35㎍/㎥로 2019년과 동일한 것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별 변화 추세는 차이를 보였다. 유럽·아메리카·아프리카는 감소 추세를 나타냈고, 한국·중국이 포함된 서태평양도 감소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지역 전체 평균 농도가 2000년 43㎍/㎥에서 2019년 35㎍/㎥로 18% 줄었다.

한국·중국 등 서태평양의 경우 2000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2년을 고비로 줄기 시작했다.
반면 인도가 포함된 동남아시아 지역은 49㎍/㎥에서 62㎍/㎥로 오염이 27%나 증가했다.


10만 명당 61명 꼴 조기 사망


2019년 11월 4일 스모그가 가린 인도 수도 뉴델리의 상징물 인디아게이트. 인디아게이트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했지만, 형체가 흐릿하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로 인한 도시 인구 사망률을 10만 명당 평균 61명으로 추산했다.

이를 전 세계 도시 인구에 적용하면 2019년 180만 명이다. 2000년 130만 명보다는 50만 명이 증가했다.

서태평양의 경우는 10만 명당 86명으로 동남아시아 84명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2000~2019년에 동남아시아의 경우 사망률이 33% 증가했고, 서태평양은 사망률이 14% 증가했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세계 도시 평균보다 낮았는데, 아프리카는 사망률이 10만 명당 51명에서 31명으로 40% 감소했다. 유럽도 74명에서 50명으로 33% 감소했고, 아메리카는 25명에서 18명으로 29% 줄었다.

이번 논문의 분석 결과, 도시와 농촌을 망라한 전 세계에서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는 기존 보고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 세계 도시화율이 55%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번 논문은 과거보다는 초과 사망자 숫자를 낮게 평가한 셈이다.


WHO 기준 충족하면 조기 사망자 121만 명 줄어


지난해 9월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다. 연합뉴스
한편, 연구팀은 전 세계 도시의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종전 WHO 권고기준인 10㎍/㎥를 달성했을 경우 조기 사망자는 180만 명에서 121만 명이 적은 59만 명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또 2000~2019년 사이 19년 동안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로 3050만 명이 조기 사망했는데, WHO 권고기준을 지속해서 충족했다면 19년 동안 960만 명의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계산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은 인구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현저히 낮추지 않으면 (사망률이 아닌) 전체 조기 사망은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0년과 2019년 오염도는 같은데 조기 사망이 50만 명 늘어난 이유다.

특히,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서태평양의 경우 2000~2019년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42㎍/㎥에서 37㎍/㎥로 12% 감소했지만, 초미세먼지로 인한 전체 조기 사망은 52만5400명에서 75만4000명으로 44% 늘었다.
오염도가 낮은 유럽에서는 20㎍/㎥에서 16㎍/㎥로 오염도가 20% 줄었는데, 조기 사망은 23만7600명에서 18만2000명으로 23%나 줄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초미세먼지 오염은 세계 도시 지역의 중요한 공중 보건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며 "초미세먼지로 인한 도시 건강 부담을 줄이려면 오염 배출을 억제해 노출을 줄이는 등 전반적인 공중보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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