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하나의 유령이 대선국면을 배회하고 있다

2022. 1.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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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변호사들 사이에서만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입사했다.

청년들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수준의 일종의 사회적 파업을 하고 있는데 엉뚱하게 지원금 몇푼 쥐어주고, 육아휴직 1년 손에 쥐어주며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대선 국면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떠돌던 유령들은 "그래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니까"라고 생각하며, 체념하듯 어느 한 곳에 정착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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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변호사들 사이에서만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입사했다. 5명의 사내변호사를 뽑는데 300명의 변호사가 지원했다. 서류평가, 1차 실무면접, 영어 원어민 면접, 2차 임원면접을 거쳐 뽑힌 뒤에 1년 계약직 이후 정규직 전환되는 대리 직책과 수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제시받았다. 나름 명문대 학부와 로스쿨을 나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시받은 조건치고는 초라하다 생각했지만 견딜 수 있었다. 당시 그 대기업 본사 인근 서울 내 마지막 신도시 32평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3억원 정도였다. 덜 쓰고 열심히 모으면 구입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대출도 잘 나올 때였다.

그 후로 고작 8년이 흘렀다. 2013년 대학 새내기였을 20대가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 또는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했다면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됐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3억 정도이던 그 아파느는 그 사이 5배 넘게 올랐다. 그 기간 청년들의 초임은 제자리였다. 내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던 시절도 먼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다.

2030 세대의 분노를 기성세대들은 모른다. 지난 8년간 앉은 자리에서 자신들의 자산 가치가 못해도 10억원 이상은 올랐으니 이제 맨손으로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의 고통과 분노를 알 리가 없다. 이런 자들이 유튜버를 하거나 부모님의 자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청년들 몇을 데려다 앉혀놓고 MZ(밀레니얼+Z세대)가 어쩌구 청년이 저쩌구 하며 공감하겠다고 사람 좋은 웃음이나 짓고 있다. 이제 막 청년들이 겪어야 하는 삶의 초기 터널을 뚫고 나오고 있는 나도 지하철도 없는 지방의 산업현장에서 시작하는 청년들의 삶을 잘 알지 못하겠는데 청년들의 삶을 다 알고 있다며 대변하겠다는 자들의 어설픈 처방전이 무수히 남발되고 있다.

합계 출산율 0.81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청년들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수준의 일종의 사회적 파업을 하고 있는데 엉뚱하게 지원금 몇푼 쥐어주고, 육아휴직 1년 손에 쥐어주며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일자리와 주거안정이라는 명백한 원인이 존재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선심성 예산에 기반하고, 대기업 등 안정적 직장에만 적용될 생색내기형 복지 정책만 시행하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세상을 속이고 있다.

대선 국면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누구는 2030이라 부르고, 누구는 MZ세대라 부르는 이 유령은 어떤 후보에게도 자신의 꿈과 미래를 의탁할 수 없어 대선 정국을 정처없이 떠돌고 있다. 아무도 이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손쉬운 남녀 갈라치기와 같은 잔재주로 이들의 투표지를 탐할 뿐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떠돌던 유령들은 "그래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니까"라고 생각하며, 체념하듯 어느 한 곳에 정착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세계에서 통째로 거부되고 있는 이들 유령들이 원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리고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한 대가를 이제 곧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은 분명하다.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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