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인생이 달라졌다
[김준모 기자]
▲ <어나더 라운드> 포스터 |
ⓒ (주)엣나인필름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제33회 유럽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어나더 라운드>는 술을 통해 인생을 말하는 영화다. 네 명의 교사는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직장과 가정에서 위기를 겪는다. 이들이 일상을 바꾼 방법은 바로 '술'이다. 영화는 "모든 인간은 혈중 알코올 0.05%의 농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매일 이를 유지하면 창의적으로도, 용감하게도 만든다"라는 한 심리학자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
ⓒ (주)엣나인필름 |
이에 마르틴과 친구들은 앞서 언급한 이론을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그 실험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로 맞추고 수업을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현행 음주운전 기준 면허정지가 혈중알코올농도 0.03%라는 점에서 꽤나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음주수업은 예기치 못한 활력을 보여준다. 마르틴은 유머는 물론 행동력까지 보여주며 학생들과 사이가 가까워진다. 그의 변화는 가정에서도 펼쳐진다.
아내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건 물론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 간만에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변화는 학교에서도 펼쳐진다. 왕따를 당하는 초등학생을 챙겨주며 그 가능성을 이끌어내 친구들과 어울리게 만드는가 하면 매번 긴장을 해서 졸업시험에서 떨어지는 학생에게 술을 권해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영화는 술을 통해 인생의 활력을 찾는 중년남들의 낭만을 담아낸 듯하다.
▲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
ⓒ (주)엣나인필름 |
마르틴을 비롯한 주인공들은 술을 통해 청춘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점이다. 청춘에는 열정과 패기와 함께 중년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시행착오다. 인간은 청춘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것이 사랑과 같은 기쁨일 수도 있고 실수와 고통일 수도 있다. 어느 날 마르틴은 혈중알코올 농도 0.1%인 상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 모습을 본 페테르는 자신이 본 수업 중 최고였다며 각자에게 맞는 알코올 농도를 찾자고 말한다.
그 방법은 술에 완전히 취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것이다. 이미 직장과 가정에서 행복을 찾은 마르틴은 이 계획에 동참하려 하지 않는다. 술에는 한 가지 속성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은 쾌락에 빠져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다. 행복이란 쾌락에 빠진 마르틴은 더 큰 행복을 얻고자 하는 욕심에 이 계획에 동참하고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이 영화가 술이 아닌 인생에 관한 영화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위기 속에서 희망과 함께 절망도 비춘다.
▲ <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
ⓒ (주)엣나인필름 |
그의 딸은 시나리오를 보고 왜 이렇게 절망적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감독은 희망을 부여했고, 이 희망은 딸에게 바치는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포스터의 장면이기도 한 졸업한 학생들과 마르틴을 비롯한 교사들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또 다른 희망을 의미한다. 졸업식은 인생의 한 챕터의 종료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마르틴이 젊은 시절 배웠던 재즈발레를 이 장면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의 삶에 새로운 청춘과도 같은 꿈과 사랑이 펼쳐질 것이란 긍정의 의미를 내포한다.
<더 헌트>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배우 매즈 미켈슨 콤비가 다시 뭉친 <어나더 라운드>는 술을 통해 인생을 보여주는 영화다. 행복도 절망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취해버리는 순간이 있다. 허나 이 취기는 언젠가 끝이 난다. 청춘의 행복도, 중년의 위기도 영원하지 않다.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을 담아낸 이 작품은 술로 빚어낸 중년의 위기와 희망을 비추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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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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