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여자들을 위한 패션 #막스마라

김미강 2022. 1. 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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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삶 속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여성들, 작가 트루먼 커포티는 소설을 통해 이들을 '백조(Swan)'라 칭송했다. 그림 같은 이스키아 섬에서 펼쳐진 막스마라의 2022 리조트 컬렉션이야 말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근사한 '백조'를 찬양하는 한 편의 헌사다.
트루먼 커포티의 단편소설 〈로컬 컬러 Local Color〉와 이스키아 섬에서 영감받은 막스마라의 2022 리조트 컬렉션.

분주하던 일상이 팬데믹으로 일순간 정지한 후 패션계는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지금은 파리의 플라자 아테네 호텔 발코니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기사를 쓰고 있다. 트루먼 커포티가 소설 〈로컬 컬러 Local Color〉에서 묘사했듯 한 편의 그림 같은 이스키아 섬의 ‘들쭉날쭉한 푸른 그림자’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던 최근의 기억을 천천히 꺼내 보면서. 막스마라 2022 리조트 컬렉션을 만나기 위해 이스키아 섬을 방문한 후 나는 트루먼 커포티에게 그리고 그가 ‘백조(Swan)’라 칭송했던 아름다운 뮤즈들에게 막스마라 2022 리조트 컬렉션과 이스키아 섬의 환상적인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스키아 섬의 그림 같은 풍경을 눈에 담으며 여유롭게 도착한 호텔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책상이 놓여 있었고, 이번 리조트 컬렉션 행사를 위해 인쇄한 커포티의 단편소설 복사본이 한 부 올려져 있었다. 막스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언 그리피스와 만나 내일 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 책을 읽고 점심 식사를 마칠 시간은 충분했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영민하게 대처하는 그의 꼼꼼하고 프로다운 성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이전보다 유쾌했고 긍정에너지로 가득했다. “록다운 동안, 제가 즐겼던 여행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어요. 그 생각은 커포티가 이스키아 섬에서 보낸 4개월간의 여정을 담은 소설 〈로컬 컬러〉에서 출발했지요. 커포티는 완벽을 추구하는 세련되고 화려한 여성들을 ‘백조’라 부르며 자신의 뮤즈로 삼았어요. 베이브 페일리(Babe Paley), 글로리아 기네스(Gloria Guinness), 마렐라 아넬리(Marella Agnelli)처럼 품위와 세련미를 갖춘 젯셋족들은 파리에서 맞춤 제작한 의상을 기다리는 동안 지중해에서 짧고도 긴 여행을 즐겼죠. 이번 컬렉션의 테마이기도 한 ‘로컬 컬러’는 여행지에서 긴 시간 머물며 진정으로 교감하는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을 위한 룩을 선보이려 했습니다.” 그는 내게 완벽한 여행용 수트케이스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제일 먼저 넣어야 할 아이템은 코트죠. 저지 원단으로 만들어 돌돌 말아도 구김 없이 입을 수 있어요. 이번 컬렉션에 선보인 코트는 미드센추리 시기의 디테일은 살리면서 스포티 요소를 더해 현대적이면서 우아하게 입을 수 있어요.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캐멀 컬러 카프탄도 빠질 수 없죠. 원래 ‘백조’들은 보수적인 스타일을 즐기지만, 오늘날 워킹 우먼들은 보다 활동적입니다. 그들은 일과 여유로운 일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룩을 선호해요. 페미닌하면서도 단정한 튜닉 장식의 트럼펫 팬츠와 짧은 재킷을 추천하고 싶네요. 이뿐 아니라 다양한 그래픽 프린트, 레드와 핑크 등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는 순수한 기쁨을 의미합니다. 이 생동감 넘치는 컬러는 파리 플라자 아테네 호텔의 발코니와 이스키아 섬 곳곳에 만개한 제라늄꽃에서 영감받은 컬러이기도 해요. 두 세계를 함께 담아 구현한 결과죠.”

그가 추천한 이상적인 여행 가방에는 이 외에도 가벼운 파카와 부드러운 케이프, 편안한 가죽 버뮤다 팬츠와 탱크톱 등을 추가한다면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기에 더없이 완벽한 준비가 될 것이다. 다음날 희귀한 꽃과 식물이 즐비한 라 모르텔라(La Mortella) 식물원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짧게나마 진정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지도도 없이 레몬나무 사이에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주 좁은 길을 따라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지만 신기하게도 겁이 나진 않았다. “섬은 영원히 정박해 있는 배와 같다”고 이스키아 섬에 대해 쓴 커포티의 문장이 떠오르자, 그곳이 ‘나쁜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 평화의 섬으로 느껴졌으니까. 가까스로 길을 찾은 후 해 질 녘이 되어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메차토레 호텔로 이동했다. 세계 각지에서 도착한 모델들은 온갖 크기의 가방을 앞뒤로 흔들며 정원에서 워킹을 이어갔다. 그리고 영화감독 기네브라 엘칸(Ginevra Elkann)이 패션필름 촬영에 전념하기 시작했다(막스마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마렐라 아넬리의 손녀로, 새 시대의 ‘백조’라 불릴 만한 아이콘이다.

“기네브라는 제게 할머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번 행사 준비 과정에도 도움을 많이 줬어요”라며 그리피스가 운을 뗐다. “그녀는 동시대의 완벽한 여성이자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지닌 아이콘이죠. 화상 회의로 여러 의견을 나누던 중 그녀의 아이들 목소리가 화면 너머로 들렸어요. 오늘날 워킹 우먼들의 일상은 훨씬 복잡하죠. 이 시대 ‘백조’들은 그 복잡한 일상의 굴레에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찾는 여성들이라 할 수 있어요.” 트루먼 커포티는 “스타일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은 바로 지금 당신 자신”이라고 했다. 그리피스와 커포티가 말했듯이, 지금 파리의 하늘 밑에서 이스키아 섬과 막스마라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조금쯤은 ‘백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휴양지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은 컬러와 실루엣이 돋보이는 컬렉션.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언 그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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