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동굴에 숨는 北전투기..'비밀의 지하활주로' 딱 걸렸다 [하늘에서 본 북한] ①
■ 하늘에서 본 북한
「 북한은 항상 장막에 가려져 있다. 북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은 관영 매체가 전하는 선전용 보도와 사진, 영상 정도다. 북한이 사전에 설계한 시선으로만 봐야 한다. 이런 사전 통제를 뚫을 수 있는 창이 위에서 보는 북한이다. 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의 내부를 유추할 수 있다. ‘하늘에서 본 북한’으로 북한의 오늘을 들여다본다.
」
북한의 전투기들은 산으로 향한다. 위성사진(구글어스)이 드러내는 북한의 속살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 공군기지는 어김없이 산속에 만들어졌거나, 아니면 활주로에서 뻗어 나간 유도로를 통해 산속으로 연결된다. 예외는 평양 인근의 순안비행장과 원산 바닷가에 자리한 갈마비행장 정도다. 최근 북한이 중국과의 무역을 대비해 방역시설을 갖춘 평북 의주비행장 역시 유도로를 통해 산으로 이어진다.
황해남도 태탄기지의 경우 산줄기 사이에 동서로 활주로가 설치돼 있고, 활주로 주변의 산 양쪽에 항공기의 출입구가 만들어져 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산을 끼고 비행장을 건설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교통 전문가인 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장은 “항공기는 이착륙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 개활지에 공항을 건설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공항 주변에 산이 있을 경우 돌풍이 발생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이착륙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산 인근에 기지를 만들어왔다. 안 원장은 “북한은 항공기의 안전보다는 은닉과 생존성에 무게를 두고 기지를 건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공군기들이 활주로 옆이 아닌 동굴기지 입구에 늘어서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직 공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6·25 당시 공군력을 완전히 상실해 유엔군의 공습에 무방비 상태였다”며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해 산의 지하에 격납시설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또 산속에 전투기가 늘어서 있는 건 습기를 막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산속의 지하는 습기가 많기 때문에 수시로 항공기를 바깥으로 옮겨 놓곤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공군기지에 이글루를 비롯해 정비 시설 등이 거의 보이지 않고, 활주로만 덩그러니 있는 건 역시 ‘산속 동굴’에 시설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동굴 방호 전략’도 한계를 맞고 있다. 미사일의 정밀도가 높아진 데다 지하 시설로 뚫고 들어가는 벙커버스터가 개발되면서 북한 동굴기지의 효용성은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하에서 출격, 北 전투기
활주로 옆에 민가도
한국군은 공군기지를 선정할 때 작전성능과 공역, 장애물, 기상을 중요시한다. 이런 기상·지형 요인 만큼이나 민감한 건 소음, 개발계획 등이다. 주민 민원과 직결돼 있어서다. 반면, 북한의 공군기지엔 ‘민원 요인’이 없다. 함경남도 장진군에 위치한 장진기지의 활주로는 민가에서 직선거리로 450m 떨어져 있다.
온천기지 역시 활주로 끝과 민가는 1㎞가 안 된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온천이나 장진에는 활주로를 건설할만한 다른 장소가 있다”며 “그럼에도 민가에 인접해 활주로를 건설한 건 전쟁이 났을 때 오폭으로 인해 민간인의 피해를 우려한 한국이나 미군의 공격을 주저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민간인들의 삶의 질보다 볼모 차원인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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