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겠다'더니…3조 퍼부은 中반도체사업 "모두 실패로 끝나"

고석현 2022. 1. 1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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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8년 한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며 중국이 거액을 쏟아부으며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 키우기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해 보도했다.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 달러(약 2조7692억원)로, 대부분은 중국정부가 지원한 금액이다. 하지만 신문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는 무위로 돌아간 6개의 프로젝트 중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14㎚(나노미터) 이하 공정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설립됐다. 또 수 년 내로 7㎚ 초미세 공정 제품까지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들은 막대한 연봉 등을 미끼로 전직 TSMC 고위임원 등 대만의 엔지니어들을 빨아들였다.

중국 알리바바의 반도체 부문 T-Head가 개발한 서버칩. AP=연합뉴스


하지만 이들 두 회사는 지방정부로부터 받았던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칩도 상업용으로 생산하지 못했다.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적어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뒤늦게 안 탓이다.

결국 지난해 6월 HSMC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고, QXIC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QXIC의 한 직원은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들을 모셔왔지만, 이들의 기술을 한 데 통합할 역량이 부족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자국 내 수요의 17%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역량 확대가 중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최첨단 칩 개발 능력은 더욱 뒤쳐진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14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빅 펀드'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 지원금 총 520억 달러(약 62조6000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 등 수만 개 기업이 이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등록했다고 한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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