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시작, 에이티즈 월드투어 [쿡리뷰]
“허억, 허어, 후욱, 후우우…” 무대 위 여덟 청년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노래 두 곡을 연달아 부르고 난 참이었다. 9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그룹 에이티즈 콘서트. 무대 사이사이마다 바쁘게 땀을 닦고 연신 물을 들이켜면서도 에이티즈는 물러설 줄 몰랐다. 질주하는 박자보다 더 빠르게 팔을 휘젓고 어깨를 흔들고 무대 위를 미끄러졌다가 무릎 높이까지 점프하며 ‘칼군무’를 완성했다. 멤버들은 말했다. “여러분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데뷔 초부터 격렬한 퍼포먼스와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에이티즈의 진가는 이날도 빛났다. 해적 콘셉트를 살린 ‘원더랜드’(Wonderland) 무대부터가 그랬다. 전광판 안에서 넘실대는 파도 앞에 선 멤버들은 빈틈없이 열을 맞춘 안무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탕!’ 멤버 성화가 장총을 들고 총 쏘는 시늉을 하자 “펑!” 폭죽이 터졌다. 팀에서 노래를 가장 잘한다는 종호는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네 번이나 음을 높이는 ‘4단 고음’을 선보여 박수 받았다. 3시간여 동안 쉴 새 없이 강(强), 강, 강으로 몰아붙이는 에이티즈의 퍼포먼스에 팬들은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첫 곡 ‘원더랜드’에서 해적이 돼 공연장을 덮친 에이티즈는 ‘로키’(Rockey) 무대에선 복서로 변했고, ‘멋’ 무대에선 놀이꾼이 됐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 퍼포먼스는 거울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 위를 움직이는 거울 뒤로 멤버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줬다. “에이티즈!” “가자!” “얼씨구 절씨구!” 노래마다 멤버들이 외쳐 넣던 추임새는 흡사 기합처럼 들리기도 했다. 안무가 워낙 격정적인 까닭이었다. 프리스타일 댄스를 넣은 ‘릴 굿 보이’(Lil Good Boy), ‘선도부’, ‘춤을 춰’ 무대에선 자유롭고 무정형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공연장 열기를 높였다. 이날 에이티즈는 ‘웨이브’(Wave), ‘불놀이야’ 등 25곡을 라이브로 불렀다.
2018년 데뷔한 에이티즈는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며 2019년 전 세계 12개 국가 17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듬해 2월 서울에서 시작한 두 번째 월드투어도 일찌감치 10만 장 넘게 표가 팔리며 흥행하는 듯 보였다. 기쁨은 잠시. 같은 해 확산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목을 붙잡았다. 공연을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 있던 멤버들은 무대를 밟지도 못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멤버들은 “꿈인 줄 알았다. 허탈했다”면서 “우리도 이런데, 팬들은 얼마나 더 마음 아플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공연 제목을 ‘비기닝 오브 디 엔드’(Beginning of the End)로 지은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리더 홍중은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이 공연으로 팬 여러분의 기다림도 끝나길 바란다”고 했다. 팬들은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 언제나 빛나게 해줄게’라고 적힌 슬로건을 준비해 에이티즈 멤버들을 감동시켰다. 언제나 유쾌하던 멤버 산도 이날은 눈시울을 붉혔다. 멤버들마저 그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했다. 눈물을 삼키느라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산은 “내 곁에는 든든한 동료들과 팬들이 있어서 내가 울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길 예쁘게 닦아놓을 테니, 평생 같이 걷자”고 말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에이티즈는 다시 해외로 나선다. 오는 18일 미국 시카고를 시작으로 애틀랜타, 뉴어크, 달라스, 로스앤젤레스를 돌며 공연한다. 3월에는 유럽으로 발걸음을 돌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등을 찾는다.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티켓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프랑스 파리를 제외한 10개 도시 공연 티켓이 이미 모두 팔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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