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굿굿즈] "미래에 투자".. 국내 친환경 경영 선두 이끌다

문수정 2022. 1.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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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티카' 김영균 대표
좋은 물건이란 무엇일까요? 소비만능시대라지만 물건을 살 때부터 '버릴 순간'을 먼저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품 생산과 판매에서부터 고민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굿굿즈'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노력에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김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 아로마티카의 플래그십 스토어 '제로스테이션'에서 병에서 병으로(Bottle to bottle) 이어지는 플라스틱 선순환 시스템 '조인 더 서클'을 설명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다 쓴 샴푸통은 어떻게 분리 배출해야 하는 걸까.’ 재활용 쓰레기장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며 망설여 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분리배출은 까다로운 일이다. 이유는 하나다. 제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종류가 너무 많아서다. ‘플라스틱 파워 유저’인 현대인의 삶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플라스틱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면, 차선책은 무엇일까. 환경을 걱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 차원에서 친환경 경영을 실행하는 사례는 더욱 흔치 않다. 친환경 경영을 앞세우는 기업들도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적잖다. 기업들이 숱하게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다.

친환경 경영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민일보 ‘굿굿즈’ 시리즈는 ‘기업 대표의 의지’를 핵심 요소로 꼽았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은 비용문제 등 때문에 대표의 결단 없이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화장품 업계 안팎에선 아로마티카를 주목한다. 기업 대표의 의지가 친환경 경영 실행력을 이끈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친환경 경영'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인이다. 이한결 기자


아로마티카는 연매출 186억원의 중소기업이지만, 국내 친환경 경영의 선두에 서 있다. 김영균(51) 대표가 중심을 잡고 친환경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경영을 실천하면서다. 김 대표를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아로마티카 본사 1층의 플래그십 스토어 ‘제로스테이션’에서 만났다.

아로마티카의 친환경 경영은 전적으로 김 대표의 의지에서 비롯된 일이다. 김 대표는 화장품 회사의 친환경 경영을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화장품 업계는 본질적으로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에요. 환경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게 중요한 거죠.”

아로마티카는 그래서 지난해 11월 독특한 실험을 시작했다. 플라스틱의 무한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조인 더 서클’(Join The Circle) 캠페인이 그것이다. 여기서 잠깐. ‘플라스틱 무한 순환’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김 대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제품 소재로 쓰이는 플라스틱은 종류가 아주 많아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이면 재활용이 아예 안 되거나 재활용률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모아서 깨끗한 상태로 분류해 재활용 소재로 만들면,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해집니다.”

이를테면 재활용률이 높은 소재인 페트(PET)만 모아서 PCR(Post 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식이다. PCR 소재는 다시 재활용 가능하다. 이 과정은 무한반복을 할 수 있다. 아로마티카는 순도 높은 고품질 PCR 용기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게 조인 더 서클 캠페인이다. ‘깨끗하게 분리 배출된 페트를 모아서→선별장을 거치지 않고→직접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만드는 공장으로 보내→PCR 용기를 만들고→아로마티카 제품에 사용해 병에서 병으로(Bottle to Bottle) 이어가는’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제로스테이션의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재활용 가능·불가능 플라스틱 구분법'. 아로마티카 제공


조인 더 서클 캠페인은 김 대표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을 방문하면서 탄생했다. 선별장 풍경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크기가 작거나, 깨끗하지 않거나, 소재가 불분명해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상당했다. 재활용을 기대하며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가운데 상당량이 폐기처분되는 것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연간 쓰레기 총량은 1억6000만t이었고, 87%를 재활용으로 분리했다. 다만 실제 재활용에 쓰인 쓰레기는 절반 정도인 약 8352만t에 불과하고 재생산률은 더 낮다.

“기껏 모은 플라스틱을 선별장에 보냈는데, 거기서 버려지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플라스틱을) 선별장에 보내면 안되겠구나. 그래서 분리수거부터 PCR 용기 제작까지 회사가 직접 하기로 한 겁니다.”

방법은 이렇다. 소비자 참여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투명 페트나 플라스틱 공병을 깨끗이 씻어서 아로마티카의 제로스테이션이나 아로마티카와 연대한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방문해 분리배출하면 된다. 아로마티카는 이렇게 모인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 소재 공장에 보낸다. 폐플라스틱을 PCR 소재로 재탄생시키려면 투명 페트 20t이 필요하다. 오늘도 아로마티카는 플라스틱 공병을 모은다.

이 모든 게 ‘돈 드는 일’이다. 수거, 선별, 재생 과정을 추가로 거치기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는 새것보다 20~30%가량 더 비싸다. 이윤을 최우선 가치로 놓는 기업 입장에선 주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경영 차원에서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다.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게 투입되기 때문”이라면서도 “플라스틱 선순환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아로마티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이 소재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식의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비용 문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용기의 90% 이상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제도적으로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에 제동을 거는 방법도 제안했다. 화장품 용기 소재를 단일화하면 기업은 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강력한 제어 장치가 없다.

“화장품에 쓰이는 화려하고 예쁜 용기들은 복합소재로 이뤄져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화장품 용기에 쓸 수 있는 소재를 재활용 가능한 페트, PP, 유리 등으로 바꾸고 PCR 용기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래야 소비자들의 분리배출도 의미가 있고, 재활용률도 높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국민일보 유튜브 채널(KMIB)에서 '굿굿즈'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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