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에 구애..돌변한 尹 뒤엔, 참모보다 더 믿는 이들 있다

현일훈 2022. 1. 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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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쓴 윤석열 후보가 배달 상자를 메고 도시락 배달을 할 거예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 인사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셀링 포인트가 될 만한 이번 주 일정이 뭐냐”고 묻자 이같은 ‘윤석열 배달 라이더’ 계획을 전했다. 이 인사는 “청년세대를 비롯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배달 노동자의 애로사항을 몸소 체감하고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준석 대표가 20·30세대의 표심을 다시 얻기 위해 낸 ‘연습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요즘 윤 후보 행보를 보면 이 대표와 극적인 재결합 후 젊은 층 정서를 겨냥한 구애 강도를 부쩍 높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는 이날 ‘석열씨의 심쿵 약속’ 네 번째 공약으로 “온라인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발표했다. 전체 이용가능 게임물은 본인인증(법정대리인 동의 의무)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온라인 게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다. 온라인 게임은 20·30 남성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슈다.

이어 페이스북에 “병사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한 줄짜리 공약을 올렸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이 약 67만원인데, 이를 3배 가량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을 총괄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통화에서 “윤 후보 당선 즉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 공보단은 설명자료를 통해 “국가가 병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윤 후보의 신념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반영한 공약”이라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7일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짧은 메시지를 통해 20·30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익명을 원한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 연말 윤 후보 지지율 폭락 요인에는 청년 세대의 변심이 있었다는 게 내부 분석 결과”라며 “최근 윤 후보가 보이는 일련의 모습도 이런 2030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윤 후보는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방역 패스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페이스북 글도 올렸다. 정부가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도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것을 겨냥해 “내일부터 ‘마트 갈 자유’조차 제한되는데, 외식의 제한은 물론 장을 봐 집에서 밥도 해 먹을 수 없게 하는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백신 접종이 최선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생필품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자유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윤 후보 측은 “메시지의 서민 도달률을 높여나가기 위해 생활밀착형 발언·공약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 달라진 윤 후보의 뒤에는 당내 청년 보좌역들이 있다. 윤 후보가 이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케이스가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토론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5일 선대위 해체 선언을 하기 직전에 한 참모가 “이재명 후보와 토론을 회피하는 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건의하자, 윤 후보는 “지지율이 떨어지니 잔소리가 자꾸 는다”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재차 참모들이 “이건 청년 보좌역들이 낸 제안”이라고 설명하자, 윤 후보가 곧바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윤 후보는 당 경선 경쟁 주자였던 홍준표·유승민과의 ‘원팀’ 구성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윤 후보의 회동 제안을 받은 홍 의원은 이날 ‘청년의꿈 홍문청답’ 홈페이지를 통해 “제가 27년간 몸담은 이 당은 일이 잘되면 몇몇 내시들이 공을 독차지했다”며 “이번에도 보나 마나 그럴 것이기 때문에 도와주더라도 뒤에서 도와주는 형식이 맞지, 앞장서서 총대 메는 바보짓은 이제는 안 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통화에서 “연락이 잘 안 닿는 유승민 전 의원은 그분 집 주소까지 확보하며 접촉을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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