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코엑스인 줄"..美CES서 관람객 4만명 홀린 K스타트업
“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이 예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기술 대부분은 팬데믹을 계기로 상용화가 촉진됐다. 이것이 ‘코로나의 역설’이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7일(현지시간) 열린 CES 2022에 대해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10년 넘게 이 행사를 찾으면서 기술 트렌드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참가자 17만→4만 명, 택시기사 “손님 없어”
행사 규모가 쪼그라든 건 분명하다. 주최 측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번 CES에 참여한 업체가 2300여 개라고 밝혔다. 예년의 절반 수준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옛 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미국계 빅테크 기업들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불참했으며 미·중 패권 갈등 영향으로 중국 참여 업체 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CTA 측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행사를 종료했다. 사흘 간 행사장을 다녀간 방문객은 4만여 명으로 2020년(17만여 명)보다 4분의 1 수준로 급감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아이작 키다네(58)는 “과거엔 공항에서 곧바로 손님을 태웠는데 올해는 최소 30분을 기다려야 했다”고 투덜거렸다. 주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와 베네시안 엑스포에서는 군데군데 부스 없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더 가까워진 미래’를 눈으로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구민 교수는 “코로나19로 스마트·프리미엄·연결성과 관련한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똑똑한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다른 기기와 연결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서비스 확대가 기업에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프리미엄·연결성 기술 주목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삼성 봇 아이’와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는 ‘삼성 봇 핸디’를 소개했다. 프리미엄 제품인 110형·101형·89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도 선보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다른 브랜드와 연결성 확대를 위해 “글로벌 업체들과 HCA(홈연결동맹체)를 발족한다”고 선언했다.
기업들은 일상에 곧바로 적용 가능한 로봇·헬스케어·전기차·자율주행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대거 쏟아냈다. 메타버스(가상+현실세계)·우주테크·대체불가능토큰(NFT)·푸드테크 등이 새로 소개됐다. 미국 우주항공기업 시에라 스페이스는 야외에 우주왕복선 축소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현대차·SK 부스 폐막일까지 성황
행사장에선 단연 한국 기업이 부각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SK그룹·롯데정보통신 등의 부스에는 폐막 시간까지 수백 명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대차 부스 앞은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칼군무를 보려는 관객으로 북적였다. LG전자 역시 여러 가전을 연결하는 플랫폼인 ‘LG 씽큐’와 이를 적용한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공개했다. 한컴·코웨이·바디프랜드 같은 중견기업도 체험 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주요 어워드를 휩쓸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2022년형 마이크로 LED TV와 네오 QLED TV 등이 ‘CES 혁신상’ 21개를 비롯해 모두 108개의 어워드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LG전자는 CTA로부터 24개의 CES 혁신상을 포함해 90여 개의 상을 받았다.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모인 유레카파크 전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800여 개 스타트업 중 290여 개가 한국 기업으로, 국내 참가자 사이에선 “코엑스에 온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K-스타트업은 실력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 기업으로 참가한 ‘펫나우(코 무늬를 활용한 반려견 신원 확인 서비스)’는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엔씽(스마트팜)’ ‘브리즘(3차원 커스텀 안경)’ ‘프링커코리아(디지털 타투 디바이스)’ 등이 혁신상을 받았다.
K-스타트업 활약에 “코엑스인 줄”
임정욱 TBT 벤처캐피탈 대표는 “7~8년 전에는 대기업 말고는 대형 부스를 차리는 한국 기업이 없었는데 매해 경험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한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스타트업인 시어스랩의 정진욱 대표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상당해 전시를 취소하려다 위약금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라며 “막상 와 보니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혁신 사례를 관람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폐막을 맞아 “이번 CES는 미래를 재정의하는 동시에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혁신 제품으로 가득 채워졌다”며 “특히 의료와 농업, 지속가능성 등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라스베이거스=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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