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잘 되는 흙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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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균 기자]
'농사는 예술이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 단순하게 그림같은 논밭의 풍경을 떠올렸다. 농사의 경험이 쌓이면서 하늘(기후)과 흙을 살피면서 제때 할 일을 하면 예술같은 농사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하늘이 돕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농사는 알아야 할 것이 많아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는 농사를 이해하면 맨 땅에 헤딩하는 실수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이해하면 얽힌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 것처럼 농사 짓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흙을 왜 갈아엎을까
▲ 트랙터로 흙을 갈어엎는 경운을 하고 있다 |
ⓒ 오창균 |
흙을 뒤집고 갈아주면 부피가 늘어나서 흙속에 많은 공간이 생기는데, 공극이라고 한다. 농사짓는 흙은 공극이 많으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작물 성장을 돕는다. 흙알갱이 사이의 공극으로 물이 흐르고, 일부는 흙속에 저장된다. 배수가 좋은 흙은 적당한 물을 저장하고 산소도 순환하면서 물과 양분 그리고 산소를 작물의 뿌리(뿌리털)가 흡수하면서 줄기와 잎, 열매를 키운다.
흙을 뒤집고 갈아주는 경운을 하는 목적은 물과 산소의 흐름을 좋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물과 산소가 순환하지 못하는 딱딱하고 뭉친 흙은 작물의 뿌리가 깊고 넓게 자라지 못한다. 뿌리의 생육이 불량하면 지상부의 각 기관도 생육이 불량하고 각종 영양장애와 병충해가 발생할 수 있다. 즉, 뿌리의 발달 정도에 따라 작물 수확의 결과가 결정된다.
▲ 좋은 흙은 작물 뿌리의 생육을 돕는다 |
ⓒ 오창균 |
미생물이 좋은 흙을 만든다
흙의 3상이 좋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작물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흙과 작물생육을 돕는 조건 중에는 흙속에 다양한 생물집단과 양분이 있어야 한다. 토양먹이그물로 부르는 생물집단 중에서 토양미생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 여러개의 흙알갱이가 뭉쳐서 만들어지는 떼알구조 |
ⓒ 오창균 |
흙 속에 물과 산소가 순환하고 양분을 저장하려면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내놓는 물질이 있다. 단백질의 글로말린(glomalin)은 흙알갱이 여러 개를 감싸는 입단화가 만들어지는 떼알구조로 바꾼다.
떼알구조의 흙을 만드는 것은 미생물이지만, 다양하고 많은 미생물이 활동하려면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있어야 된다. 작물의 씨앗을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기 전 밭을 만들 때 넣는 퇴비는 미생물의 밥이라고 할 수 있다.
▲ 퇴비는 미생물에 분해되어 좋은 흙을 만든다 |
ⓒ 오창균 |
오래전부터 논밭을 갈아엎는 경운농업을 중심으로 농사를 지었던 것은 조상들의 경험으로 터득한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식물과 미생물이 공생하면서 좋은 흙을 만드는것은 과학의 발전으로 밝혀진 것들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흙을 갈아엎는 경운이 흙과 기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최근에 연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관행처럼 흙을 뒤집는 경운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과 근거들이 나오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으로 거론되는 탄소농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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