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깬 17세 소녀, 호주프로야구 데뷔전 무실점

이형석 2022. 1. 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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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주프로야구 홈페이지

'17세 소녀' 제너비브 비컴(17·멜버른 에이시스)이 호주프로야구(ABL)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프로 무대에 섰다.

비컴은 8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의 멜버른 챌린지 시리즈 2차전에서 0-4로 뒤진 6회에 등판해 1이닝 동안 무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좌완 투수 비컴이 던진 이날 직구 최고 시속은 130㎞였고, 커브도 섞어 던졌다.

애들레이드전은 '이벤트성 경기'였다. AB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여파로 2021~22시즌을 개최하지 않은 채 최근 이벤트성 경기를 열고 있다.

비컴은 '야구'를 좋아했다. 하지만 '야구 종가'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 여자 선수가 프로 팀 레벨에서 활약한 사례는 없다. 비컴은 "나도 '소프트볼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는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이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가진 비컴은 포기하지 않고 금녀(禁女)의 벽을 깼다. 2018년, 16세 이하 호주야구리그에 합류한 첫 번째 여자 선수로 기록됐다. 2020년에는 ABL 하위리그 격인 VSBL 디비전1 시니어리그에 출전했다. 여자 선수로는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하다.

멜버른 구단은 올해 1월 2일 비컴과 2022~23시즌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피터 모일런 멜버른 감독은 "비컴이 야구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우리가 비컴을 이벤트성으로 영입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비컴은 멜버른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투수"라고 강조했다.

비컴의 등판 소식은 미국 MLB닷컴에 소개될 정도로 큰 이목을 끌고 있다. MLB 닷컷은 "비컴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비컴은 경기 후 "팀의 추가 실점을 막는 게 오늘 목표였고 다행히 성공했다"고 말했다. 야구에 도전하는 여자 선수를 향해 "누군가가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해도 흔들리지 말라. 당신이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비컴은 내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대학 야구팀에서 선수로 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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