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눈앞에..금융권 '전전긍긍'

성기호 2022. 1. 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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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국회 상임위 통과
금융권 '노조추천 이사제'로 확대될지 관심
국회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권은 관련 법안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법안이 통과 이후 민간 기업에도 도입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금융권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을 통과 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공운법은 공공기간 상임이사 중 노동조합이 추천한 인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 또는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 이사 자격은 3년 이상 재직 근로자로,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시행 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다. 이 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공운법은 올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찬성입장을 나타내면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노동이사제 처리를 약속했다. 그간 반대입장을 보여왔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12월 한국노총을 방문,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윤 후보는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을 한국노총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되면 금융권에서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노동이사가 선임되게 된다. 이들 기관은 일단 개정안 통과 후 세부 방안이 확정되면 그에 따른 후속 조처를 할 계획이다. 일부 기관은 노조추천이사제를 먼저 도입한 다른 기관 사례나 동향을 파악하면서 노조 의견을 청취하는 등 공운법 개정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은 기타공공기관에 해당해 이번 공운법상 노동이사제 도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공기업 등의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기타공공기관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 물살이 거세질 수 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에서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임명된 바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과 캠코에서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실제 선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금융 공기업과 국책은행에서 노동이사나 노조추천이사가 등장하면 금융 민간 회사로 번져나갈 수 있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매년 노조추천 이사제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도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사측은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사갈등이 이사회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나 노조추천이사제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경제계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2년 기업 환경의 불안 요인으로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방안과 함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꼽았다.

그는 "새해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부디 대선후보들께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기업가정신이 존중받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최대한 역점을 두고 정책공약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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