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 해보면 쓰레기 안 만들어야지 생각 들어요" [친환경시대②]
“한 번 쓰줍 경험해본 친구들은 다시는 쓰레기 안 버려요.”
6일 경기 남양주 다산수변공원에서 진행된 올해 첫 ‘쓰줍’ 모임에서 만난 양진희 쓰줍인 경기지역 리더의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등에 따라 친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변화 움직임이 큰 가운데 시민들이 직접 실천하는 ‘줍깅’, 플로깅 등이 주목받고 있고 그 실천 모임 중 하나가 ‘쓰줍인’이다.
많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와이퍼스와 함께 대표적인 줍깅 단체인 쓰줍인은 지역별로 정기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친환경적인 삶을 살겠다는 새해 다짐한 기자도 첫 ‘쓰줍’에 도전했다.
SNS 기반으로 이뤄지는 플러깅 모임 참석을 위해 며칠 전 사전 신청 후 당일 현장을 찾았다. 인근 지역주민들로 보이는 참석자들이 집게를 하나씩 들고 집결지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리더가 나서 이날 모임 취지와 플러깅 동선을 설명했다. 기자와 같은 초심자들이 매번 있기에 기본적인 설명을 매번 진행한다. 이날 모임을 이끈 이는 양진희 쓰줍인 경기지역 리더로 올해 첫 쓰줍 모임을 주관했다.
특히, 이날 쓰줍에는 어린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갓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참가자 4인과 고등학생 참가자 1인이 그 주인공이다. 초등학생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 패딩과 장갑을 끼고 집게를 들고는 소풍 나가는 듯 설레는 모습이 역력했고, 싫어하거나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19살이 된 김고은양은 서울삼육고에 재학 중으로 어린 시절 쓰레기 줍는 행사 참가한 경험이 쓰줍 참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소중한 지구를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환경전문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동안 혼자나 가족·지인과 함께 쓰레기 주었는데 이날 처음 용기를 내 쓰줍인 모임에 나왔다. 앞으로도 꾸준한 참여를 약속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대부분 SNS 소통에 익숙한 MZ세대들이었다. 일반적으로 SNS 소통을 통해 모집하거나 모임을 진행하는 까닭에 스마트기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세대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지인을 통해 함께하는 방안이 있지만, 혼자 처음 참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날 쓰줍에 나선 한 참가자는 “평소에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없어 보이지만, 막상 쓰줍하다보면 많은 쓰레기가 숨어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며, “누구나 쓰레기 줍는 경험을 해보면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아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쓰줍을 하다가 처음 정기적인 모임에 나와보니 더 힘도 나고, 평소보다 쓰레기도 많이 주웠다”며, “종종모여서 쓰줍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쓰줍은 보통 2인 1조로 이뤄진다. 일반쓰레기 봉투를 든 한 사람과 담배꽁초 수집 봉투를 드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쌍을 이뤄 이날 정한 동선을 도는 식으로 진행된다. 40분가량 쓰줍을 하고 돌아와서는 제대로 분류되지 않았을지 모르는 쓰레기봉투는 다시 분리수거한다.
여기서 담배꽁초를 다시 분리수거하는 이유는 쓰줍인이 지난해 1월 17일부터 진행한 캠페인 ‘담배꽁초 어택’과 연관이 있다. 쓰줍인은 담배꽁초 속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이 국내 바다에 유입되고 다시 우리 식탁까지 올라온다면서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담배 제조사 KT&G를 향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쓰줍인은 쓰줍 모임마다 담배꽁초만을 따로 분리해 이를 ‘담배꽁초 어택’ 인증하고 있다. 환경부·보건복지부·KT&G SNS 공식 계정을 태그해 SNS를 통해 게시하면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항의 방식이다. 이날 쓰줍한 담배꽁초만 1020개에 달했다. 쓰줍인에 따르면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454ml)에 들어가는 담배꽁초는 약 200개 정도다.
양진희 쓰줍인 경기지역 리더는 “쓰레기 주워본 사람이라면 담배꽁초가 일반쓰레기보다 3~4배는 많다는 걸 느낀다”며, “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이제 담배회사에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흡연 후 후처리까지 신경 쓰도록 하는 캠페인이나 강력한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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