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논란 재점화.."실효성 없는 연령하향 보다 삼진아웃제나 집행유예"
전문가 "연령하향 예방효과 검증된 바 없어..범죄원인 및 환경 살피는 게 우선"
"극소수 때문에 다수의 청소년 형사처벌 지나쳐..정치권, 표 안 된다고 생각해 무관심"
"음주운전 삼진아웃제와 같이 예외규정 두거나 집행유예식 처벌 규정 도입도 방법"
해묵은 촉법소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잔인한 10대 초반 청소년 범죄 소식이 잇따르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거나 소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는 것인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연령하향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음주운전 삼진아웃제 같이 예외 규정을 두거나 집행유예식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13살 A군은 친구 1명과 충북 청주시 한 상가건물 주차장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승용차를 훔쳐 청주 일대를 약 5시간 동안 돌아다녔지만,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탓에 경찰서에서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풀려난 A군은 일주일 뒤 다른 친구와 함께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기지 않은 승용차를 타고 질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4일에는 무인 문구점에서 초등학생 2명이 3개월에 걸쳐 600만원에 달하는 물건을 훔쳤지만 만 10세 미만 '범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제대로 배상도 못 받고 있다는 피해 점주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피해 점주는 결국 점포 운영을 그만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이 일고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가리키고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에 해당돼 고의성이 있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3만 9694명의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으며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범죄 유형별로는 절도(2만1198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폭력(8984건), 강간·추행(1914건), 방화(204건), 기타(7344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에는 살인 범죄도 무려 8건이나 발생했다.
이처럼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듯한 사례가 빈발하면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청소년에 대한 엄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전제하고 이른바 삼진아웃제 예외 규정이나 집행유예식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 변호사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일반원칙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이하로 내리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단순히 우리나라의 몇몇 사건만을 가지고 연령을 하향할 순 없다"며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일률적인 촉법소년 적용 연령 하향보다는 촉법소년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원인과 이들이 처한 가정환경 등을 면밀히 살펴 진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또한 이들의 뇌 발달과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 나이대 아이들은 자신이 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촉법소년의 정의와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을 정확하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는 "연령하향 요구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단순히 연령을 하향한다고 해서 범죄를 막을 수 있는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부 극소수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 때문에 다수의 학생들에게까지 형사 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소년 범죄에도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와 같이 예외 규정을 둬서 몇 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하고 "중대 범죄의 경우 처벌 규정을 두되 이후 비행을 저지르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신속 회복을 행하면 마치 집행유예처럼 일정기간 지켜본 후 처벌을 하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소위 표가 안 돼 정치권이 촉법소년 문제에 관심 자체를 두지 않는다"며 "이렇게 방관적인 태도를 일관하는 것은 국회가 제 몫을 하지 않는 것인 만큼 조속히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폭적 개선과 개혁 작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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