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뺏다 넣었다 반복 후 또..1880억 턴 오스템 직원 수법

이병준 2022. 1. 8. 18: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삿돈 1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6일 새벽 서울 강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이병준 기자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직원 이모(45)씨가 8일 구속됐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이효신 부장판사는 특가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명시했다. 이날 영장심사는 이씨가 불출석 의사를 표하며 서면으로만 이뤄졌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지난달 31일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이씨는 도주 끝에 지난 5일 주거지인 경기 파주시의 한 건물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


경찰은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던 이씨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공금 188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범행 예행연습을 해보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3월 회삿돈 5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했다가 되돌려놓았고, 얼마 후 같은 액수의 돈을 꺼냈다가 한 번 더 되돌려놨다. 이씨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480억원을, 같은 해 10월엔 한 번에 140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보냈다고 한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자금담당 부장이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공금을 개인 은행·주식계좌로 이체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잔액증명 시스템을 매뉴얼(수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8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의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기다리던 취재진들이 이씨의 심사 포기 소식을 듣고 철수하고 있다. [뉴스1]


횡령금으로 금융·실물자산 사들여


이씨는 횡령금을 주식과 금괴, 부동산, 현금 등으로 분산시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 약 391만주를 1429억원에 매수했다. 이씨는 이후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한 달간 총 약 336만주를 1112억원에 매도했다. 계좌에 남아있는 나머지 55만주의 가치는 이씨 체포 날인 5일 종가 기준 약 238억원. 경찰은 체포 당시 약 250억원 상당의 증권 계좌를 압수하고 동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종목 주식을 샀는지도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경찰 수사를 앞두고 금괴 등 실물 자산을 사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지난달 17일과 20일 동진쎄미켐 주식을 각각 100만주씩 팔았는데, 그 무렵인 18일부터 28일까지 한국금거래소에서 6차례에 걸쳐 1kg짜리 금괴 851개, 약 680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템임플란트 사옥. 석경민 기자


경찰은 이씨 체포 당시 금괴 497개(약 400억 원어치)와 현금 4억3000만원 상당의 지폐 다발을 발견해 회수하기도 했다. 이씨는 부인과 처제 명의로 경기도 파주와 고양시 등의 부동산을 약 45억원에, 부인 명의로 제주의 한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약 30억원에 산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및 추징 보전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나머지 금괴 354개의 행방을 찾는 등 횡령금의 자금 흐름을 쫓는 한편 공범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횡령액이 2020년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의 91.8%,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도 69.8%에 달하는 만큼 내부 조력자가 있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경찰은 전날 이씨와 함께 일했던 재무팀 직원 두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