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당대표의 광폭 행보.. '시대 변화'인가 '의견 차이'인가
윤석열도 호응.. 2030 돌아설까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손을 잡은 이준석 당 대표가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통 방식부터 선거 운동의 형태까지 전 영역에서 기존의 방식을 허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떨어진 윤 후보의 지지율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평균 나이 45세' 당과 세대충돌 겪는 이준석= 이 대표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부터 윤 후보 측과 이견을 보여왔다. 앞서 이 대표는 4·7 재보궐 선거와 전당대회에서 효과를 거둔 '슬림형 조직'으로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초기 선대위 구성 과정에는 이 같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 윤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중심으로 선대위가 운영돼선 안 된다며 울산 회동 사건, 조수진 의원과의 충돌 등에서 두 차례나 선대위를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선대위 개편 직후인 5일에는 자신이 제안한 '연습 문제'인 출근길 지하철 선거 유세를 권영세 사무총장이 수용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소통 방식을 두고 당내 의원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6일 당내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안을 결의하며 의원총회에 이 대표를 불러 소명을 하겠다고 했으나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또다시 충돌이 발생했다. 이 대표는 '회의 발언 전체를 공개해 무제한 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 방식을 고수했다. 공식적으로 안건을 알리는 회의 자리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원총회 자리는 비공개로 실시돼 왔는데 이 후보가 이를 거부한 셈이다. 2시간에 걸친 씨름 끝에 결국 이 대표와 의원들은 '모두 발언 공개'에 합의한 채 자유 토론을 시작했다.
◆속도와 현장성 강조하며 20대 공략= 다시 윤 후보와 손을 맞잡은 이 대표는 다시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속도'와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사퇴 전 선대위에서 맡았던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날인 7일 이 대표는 9개의 페이스북 글을 쓰며 윤 후보 홍보에 나섰다. 앞서 선보인 'AI 윤석열', 쇼트 폼을 활용한 '59초 공약' 시리즈, 실시간 댓글로 공약을 만드는 '공약 위키' 등을 공유했다.
윤 후보의 선대본부 역시 2030세대를 겨냥한 변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선대본부를 '슬림화'하면서 메시지와 일정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날 '지옥철' 김포선을 직접 탑승하거나 이날 한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고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 등을 직접 점검해보는 식이다. 메시지는 최근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두 줄에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 메시지를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제시하는 방식으로 내놓았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하기 위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선대본부 관계자는 "일단 메시지를 전달하고 추후 윤 후보가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2030 맞춤 전략, 표심에 도움될까= 이 대표의 합류와 윤 후보의 선거전략 변화는 등 돌린 2030세대를 붙잡기 위한 일종의 '맞춤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방식이 2030세대 전체를 대표할 수 있을지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가 강조해 온 '이대남' 전략은 여성계의 비판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59초 공약'으로 선보인 지하철 정기권, 전기차 충전요금 등 정책들이 2030세대의 보편적인 여론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특정 세대에 쏠린 소통 방식으로 기존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중심, 속도전이 지지 비율이 높은 고령층에는 친숙하지 않은 방식일 뿐 아니라 여전히 이 대표에 반발하는 지역 당원 여론이 상당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전날 페이스북으로 "이번 선거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당의 최우세 지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지역 득표율보다, 20대에서의 세대 득표율이 더 높은 결과를 받아드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넘어 수도권 화이트 칼라 층의 지지를 얻어가면서 수도권에서 유리한 선거를 이어가는 것처럼, 우리도 그 방향으로 진화해 보는 것이 앞으로의 승리를 위한 밑바탕"이라고 변화를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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