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한국의 미래를 위한 과제

이준형 2022. 1. 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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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행복감 세계 최저..미래 불안에 저출산 심화
고령화·소득 양극화도 문제..선진국 방식 주목해야
복지가 곧 낭비는 아냐..성장과 분배의 순환 필요

국가는 어떻게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까.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5년마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최소 5년 동안 국가와 나,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거다. 하지만 선거의 쟁점은 앞으로의 5년 등 미래가 아닌 과거, 현재의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된다. 우리는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이슈에 영향을 받는 결정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선택이 반복돼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문제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성공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국민들은 불안한 만족을 느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지난 60여년 동안 하위소득 국가에서 상위소득 국가로 도약한 극소수 국가 중 하나다. 3만달러 소득의 선진국이 됐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감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저출산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양육비 부담, 출산에 따른 경쟁력 저하, 미래 세대인 자녀에 대한 지출보다 현재의 나를 위한 소비에서 만족을 찾고 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저출산 현상은 인구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는 가장 빠르게 소멸할 국가가 됐다.

고령화는 더 심각한 문제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며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내 노인 빈곤율은 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고령화 현상은 부양비,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노후 보장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동산이 자산 증식과 노후 보장책으로 자리 잡자 젊은 세대까지 부동산 투자에 나서 부동산 폭등과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나마 성장이 계속된다면 시장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있지만 고도 성장기에 9%에 달하던 경제 성장률은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져 최근 2~3%대에 머물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총투입 증가로 인한 성장 효과는 한계에 도달했고 혁신, 과학기술, 연구, 협력, 신뢰, 효율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성장 효과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4만~5만달러의 선진국이 이룩한 사회 체계의 보이지 않는 벽을 돌파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든 한국의 성공 모델은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아니다’가 됐다. 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 외채를 얻고 기업에 빌려줬다. 한국은 해외에서 산업 시설을 들여와 생산 기반을 갖추고 수출을 통해 다시 외화를 확보하며 산업 기반을 확대하는 수출주도 성장을 통해 경제 규모를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며 소득과 일자리가 늘고 자연스럽게 복지 수준이 높아지는 성장의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경공업, 중공업에 이어 ICT로 산업을 고도화하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일부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지금과 같은 대기업 주도의 성장 모델이 만들어졌다.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정부의 정책 자금과 낮은 정책 금리를 통해 중화학 공업에 진출했다. 이후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도운 정부의 선별적 지원 덕분에 지금과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통한 자원 몰아주기의 혜택을 입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자원 배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 기술 경쟁력, 수익, 임금 격차 등 양극화가 생겼다.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는 10%밖에 안된다. 근로자 90%는 중소기업에 근무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배가 넘어 청년은 부족한 일자리를 두고 과잉 경쟁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일자리는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이어가다 보니 청년 실업률과 미래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자리와 임금의 격차는 소득과 자산의 격차로 이어져 양극화도 심화됐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절대적인 파이는 커지지만 내 몫의 파이는 상대적으로 줄어 대다수의 사람이 불안하고 불행한 게 현재 한국 성장 모델의 성공 법칙이다. 승자와 패자 모두 불안하고 불행한 원인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선진국은 성장과 분배의 순환 관계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고도성장을 달성하던 개발연대 시대에 ‘성장이 복지, 성장 후 복지’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다. 일자리가 없던 시대에 성장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곧 복지라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반은 맞았다. 다만 지금은 성장이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시대다.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시대가 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성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 복지 지출 확대를 계속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우리는 고비용의 각자도생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양육과 교육 복지의 부족은 높은 사교육비와 양육비로 개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혼과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 노후 복지를 부동산 자산 투자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 부동산 가격의 폭등했고 고비용의 주거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 선진국이 된 국가는 대부분 우리와 달랐다. 선진국도 우리나라 같은 고도성장 시기를 거쳤고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택했다. 복지를 통해 개인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늘리면서 국가가 양육을 지원했다. 세금이 늘었지만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부분이 없고 모두가 혜택을 받으니 사회적 격차는 줄었다. 이는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줄이면서 정치적 갈등도 없애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협력과 신뢰 속에서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 게 고소득과 삶의 질을 동시에 잡은 선진국의 비결이다. 복지는 비용이고 낭비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보다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사진 = 아시아경제DB]

이명호 (사)미래학회 부회장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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