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뺏긴 '이대남' 유인? 윤석열의 '일곱 글자' 설왕설래

조혜지 2022. 1. 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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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 조장 논란에 비판 패러디까지.. '김종인 부재 흔적' 우려 시각도

[조혜지 기자]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성범죄 처벌강화, 무고죄 처벌강화"(1월 6일)
"여성가족부 폐지"(1월 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후 던진 짧은 구호들이다. 이들은 곧장 정치권 안팎에서 성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이재명 후보가 젠더평등과 기후변화 등에 주력하는 뉴미디어 '닷페이스'와 인터뷰하는 등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2030 여성 지지율 확장에 나선 모습과 대조적이다.

윤 후보의 이들 '7자 공약'은 특정 세대의 지지세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들 공약은 주로 '반페미니즘'을 선호하는 일부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지지 받고 있다. 후보자 본인의 막말 논란과 배우자의 허위 학력 의혹으로 꺾인 지지세 회복 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 옮겨간 남성 청년층 지지율을 복구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여가부 폐지' 공약은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도 일찍이 비판적 시각이 제기된 바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하태경 등 경선 주자들이 내건 여가부 폐지 공약에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필요없다는 식으로 젠더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 안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중도 확장' 대신 '이대남 잡기' 나선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 메시지.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주도한 이수정 교수와 신지예씨의 영입 등 일련의 중도 확장 드라이브가 역효과를 낸 것을 복원하기 위해 낸 방편이라 본다"면서 "안철수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대칭이 바로 2030이라는 점을 보면, 윤 후보의 반등 첫 조건은 해당 세대 지지율 회복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대남 구호' 전략은 특정 성별 세대에 치우쳐 자칫 전체 지지세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부재로 전체 국민에 소구할 중도 후보로서의 균형점을 잃고 있다는 시각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들이 무슨 남초 사이트 회원들인줄 아는 것 같다"면서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일부 이대남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이되겠다는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김 위원장의 부재로) 당장 대선 후보로서의 균형과 방향성을 잃은 행보가 시작된 모습으로, 환호하는 남초 사이트 회원들보다 몇 배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이 같은 '구호 구애'는 이를 비판하는 패러디 구호로 이어지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반대 메시지인 "여성가족부 강화"를 걸었고, 여영국 정의당 대표 역시 "비동의 강간죄법 성평등 정의구현"을 게시했다. 차별금지법 통과에 목소리를 높여 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걸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메시지와 정 반대인 '여성가족부 강화'라는 구호를 걸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일부 '이대남' 지지층이 주도하는 특정 공론장에 선거 전략을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도 나타났다. CBS 노컷뉴스의 8일자 보도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은 이 후보가 '닷페이스'와 지난 7일 오전 인터뷰한 사실이 특정 커뮤니티와 SNS에서 비난에 휩싸이자,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며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여성가족위 민주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앞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책 경쟁 실종으로 2030 여성은 물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청년 여성들이 여론 조사에서 높은 부동층 비율로 응답하는 상황이다"라면서 "적합한 매체에 나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약속한 공약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한 윤 후보를 저격 "성별로 편을 갈아 20대 남성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게으른 사고가 참으로 지겹고 한심하다"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쪽 편을 들어 다른 쪽을 배제할 게 아니라, 그러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할일이라는 이 후보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상식을 믿고 좀 더 당당하게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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