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쇼'로 변한 CES..주목 받은 차는? [궁금타]
전자제품 브랜드도 전기차 공개
[한국경제TV 송민화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현지시간으로 8일까지 최대 글로벌 전자제품박람회인 CES 2022가 열린다.
매년 1월이 되면 그 해 가전이나 전자제품의 트렌드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올해 CES의 트렌드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TV나 스마트폰,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전자제품보다 완성차나 전자제품 브랜드에서 공개한 전기차가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두 제품을 선보이고 마는 것도 아니다. 굵직한 글로벌 모터쇼로는 성에 안찼는지 많은 브랜드들이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차를 이 자리에서 선보였다.
움직이는 전자제품이 바로 전기차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각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기차들이 CES 2022 현장을 뜨겁게 달궜을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 캐딜락 이너스페이스(InnerSpace) 콘셉트
미국에서 열린 행사답게 북미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이 이너스페이스 콘셉트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너스페이스는 2인승 럭셔리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 모델이다. 유선형이 강조된 모습만 봐도 미래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너스페이스는 단순히 탑승자를 이동시키는 것을 넘어 럭셔리한 환경에서 탑승자 웰빙까지 고려한 차량이라는 점이 캐딜락이 밝힌 가장 큰 특징이다.
몰입형 파노라마 SMD LED 디스플레이로 접근할 수 있는 AI 기반 생체인식 입력 인터페이스나 탑승자가 주행과 관련해 증강현실에 참여하는 시스템 등은 이번 콘셉트차량의 기본 구성 요소이다.
또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의 무선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배터리 모듈이 콘셉트카 전반에 분산 배치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낮은 자체 설계와 스포츠카와 같은 매우 낮은 좌석 포지션을 가능케 했다. 전기차는 '낮게 깔려 가는 느낌'을 포기해야한다는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익스테리어 측면에서 파격적으로 디자인된 이너스페스는 차체 지붕과 측면 일부에 광대한 파노라믹 글라스를 적용했다. 차량의 지붕은 편안한 승하차를 위해 문과 함께 개방되며, 좌석은 바깥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더욱 편하게 승하차를 할 수 있게 돕는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타이어다. 굿이어(Goodyear)에서 전기차를 위해 개발한 타이어를 적용했는데 내부의 음파공명을 완화해 주행 소음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사운드컴포트 기술이 적용됐다고 캐딜락 측은 밝혔다.
● BMW iX 플로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BMW는 전자잉크(E-Ink)를 활용해 차량 외장 색상을 변경하는 ‘iX 플로우(iX Flow)’를 공개했다.
똑같은 차를 오랜 시간 타는 사람이라면 새 차를 모는 것과 같은 효과를 위해 래핑이나 도색을 통해 차량 색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간과 돈이 투자될 수밖에 없는 일일 테지만 전자 잉크가 적용된 iX는 아니다.
운전자의 취향과 주변 상황에 따라 차량 외관 색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iX 플로우’는 BMW의 순수전기 플래그십 SAV인 iX에 혁신적인 전자잉크 기술을 적용한 차량이다.
차량의 윤곽에 맞춰 정밀하게 재단된 래핑에는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캡슐이 들어 있다.
사용자가 색상 변경을 선택하면 전기장에 의한 자극이 일어나면서 안료가 캡슐 표면에 모이고, 이에 따라 자동차 외장이 원하는 색으로 변화하는 원리다.
특히, iX 플로우에 구현된 전자잉크 기술은 변경한 색상을 계속 유지하는데 전기가 전혀 소모되지 않고, 색상에 따른 열에너지 흡수율의 차이로 차량의 열효율을 상승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BMW 측 설명이다.
BMW는 앞으로 iX 플로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전자잉크 기술을 발전시켜 보다 다양한 보디 컬러를 적용하는 등 세분화된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소니 비전S
일본 전자기기 제조 브랜드 소니는 양산차에 가까운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공개해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비전S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전기차를 선보인 건데 이질감 없이 완성도 높은 외관 디자인과 실내 디스플레이 등 전체적인 모습을 봤을 때에는 이대로만 출시돼도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워크맨과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던 가전 브랜드가 이제는 전기차를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접목된 움직이는 전자제품’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소니라는 브랜드가 전기차를 만드는 것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니는 비전 S 세단과 SUV를 양산하기위해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한다는 다소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보니 차 외부에 설치된 40개의 레이다, 라이다 센서와 5G 통신을 활용해 한 차원 진화한 차량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최대 300미터 반경의 주변 차량을 감지하는 것은 물론 360도 감지 센서를 통해 자율 주차도 가능하다는게 소니 측의 설명이다.
비전S SUV인 02는 전장 4,894mm, 전폭 1,930mm, 높이 1,651mm, 휠베이스 3,030mm로 테슬라 모델Y와 비교했을 때 조금씩 더 큰 사이즈를 지니고 있다.
앞뒤 바퀴에 각각 200kW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536마력의 최고출력을 나타내며, 최고속도는 시속 240km이다.
제로백은 4.8초로 스포츠카 수준에 육박한다.
소니는 이번 CES2022에서 애플보다 먼저 전기차 출시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제2의 테슬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쉐보레 이쿼녹스 EV, 실버라도 EV
미국 완성차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이번 CES를 자사 전기차 최초 공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GM은 이번 행사에서 전기차 SUV인 이쿼녹스 EV와 전기 픽업트럭인 실버라도 EV를 선보였다.
당장 출시한다고 해도 될 정도의 이질감 없는 모습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 요소로 현장을 찾은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쉐보레 이쿼녹스 EV는 국내에서도 판매된 바 있는 중형 SUV 이쿼녹스의 다음 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제작됐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Ultium)이 탑재된 EV 모델이다.
LT와 RS 트림으로 나눠 출시될 예정으로,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은 약 3만 달러(한화 약 3천 6백만 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전기차 선호도가 높고 인프라 구축 의지가 있는 만큼 국내 출시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쿼녹스는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쉐보레에서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모델이다.
시장 볼륨이 가장 큰 중형 SUV 부문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먼저 고려하고 있어 이쿼녹스 EV가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편, GM은 이번 CES 2022를 통해 픽업트럭의 또 다른 돌풍이 될 수 있는 실버라도 EV를 전격 공개했다.
픽업트럭은 북미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차종이다.
GMC의 허머 EV나 포드 F-150 라이트닝, 리비안 R1T 등과 같은 전기차 픽업트럭 역시 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과 직접적이 경쟁을 펼치게 될 실버라도 EV역시 기존 실버라도의 큰 인기에 힘입어 전기차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전기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전자제품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산업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적거리는 행사장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지만, 내년 CES에는 어떤 차들이 모터쇼에서 선보이지 못한 기술의 향연을 펼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송민화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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