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OO을 위해 소비한다" MZ세대 거센 '미닝 아웃' 바람

김지애 2022. 1.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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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그래픽. 출처 Pixabay

부산에 사는 김모(30)씨는 최근 생리대 브랜드 ‘산들산들’의 생리대 세트를 구매했다. 구매자가 생리대 하나를 사면 저소득층 아동에게 똑같은 생리대 하나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다. 김씨는 “생리대가 필요해서 사려던 중 이 사이트를 발견하게 돼 구입했다”면서 “일반 생리대보다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좋은 취지에 공감해서 선뜻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소비를 넘어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품을 직접 전달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들었다. 앞으로 다른 제품으로 가치소비를 늘리고 싶다. 친구들에게도 판매사이트 주소를 공유하면서 ‘이런 게 있더라’고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생활에서 개인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 확산하고 있다.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오다’는 의미의 커밍아웃(Comingout)을 결합한 신조어다. 소비자가 사회와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다. 가치소비가 작게는 소비시장, 크게는 산업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닝 아웃 트렌드의 대표주자는 ‘친환경’이다. 식품·유통업체는 일찌감치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그린슈머(Greensumer)’에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설을 맞아 종이 포장재만 사용한 ‘포장이 가벼운 스팸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오리온은 잉크와 유해화학물인 유기용제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플렉소 인쇄’ 2호 라인의 가동을 개시해 친환경 포장재를 쓴 제품을 늘리고 있다.

의류 업계에서도 친환경을 앞세운 브랜드가 뜨겁게 호응을 얻고 있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제품인 ‘플러스틱(PLUSTIC) 컬렉션'을 출시했다. 의류와 신발에 이어 장갑, 모자 등 용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해왔으며, 다양한 환경보호 캠페인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치소비 플랫폼 '비보트'의 공지화면. 비보트 트위터 캡처.

오직 가치소비를 위한 플랫폼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패신저스가 운영하는 ‘비보트’는 비건, 친환경 상품 등 가치소비 상품 위주로 판매한다. 게시물 업로드 때마다 생기는 ‘콩’으로 기부할 수 있는 네이버 ‘해피빈’,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굿즈 제작비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 등도 가치소비를 실현하고 있다.

소비로 선한 영향력을 응원하는 캠페인도 SNS 등을 통해 MZ세대 호응을 얻고 있다. 선행을 베푼 업체나 업주에게 돈으로 도움(혼쭐)을 주는 ‘돈쭐 문화’가 그것이다. 2020년부터 배우 안소희와 비정부기구(NGO) ‘지파운데이션’을 통해 저소득층 아동, 청소년, 미혼모 후원 활동을 해온 화장품 브랜드 ‘시타’는 지난해 3월 쇼핑몰 접속 폭주를 겪었다.

유럽에선 ‘미닝 아웃’이 시장을 바꾸고 있다. 유니레버, 헹켈, 로레알 등 소비재 기업들은 2025년까지 제품 포장재의 25~50%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계획이다. 프랑스 식품기업들은 ‘환경점수제(Eco-Score)’를 도입해 제품에 환경점수를 표기하기로 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언스트 앤 영(Ernst&Young)이 2020년 5월에 독일 소비자 2500명을 설문했더니, 응답자의 67%는 지속가능한 소비에 돈을 더 쓸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진입할수록 ‘미닝 아웃’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가 가진 ‘친환경’ ‘공정’ 등의 가치관 자체가 소비재에 붙는 ‘미닝 아웃’은 일종의 프리미엄 소비라고 볼 수 있다”면서 “MZ세대의 구매력이 커지고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면 기업들도 친환경 등의 가치소비와 기업윤리에 무게를 두는 경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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