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닭' 잊어라..탈모영상 찍은 이재명, 이번엔 잡스 따라하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로 예정된 경제 성장 공약 발표를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TED)의 행사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1984년 미국에서 시작된 테드는 제인 구달, 빌 클린턴 등 유명 인사가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지식·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끈 비영리 강연 시리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대선 후보 공약 발표 때 없었던 1인 PT(presentation·발표) 형식으로 국민 앞에 선다”면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와 같은 모습으로 후보가 직접 국가의 성장 비전을 차근차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 앞 리더 연출
그는 "이 후보가 한쪽 뺨에 무선 마이크를 걸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키워드가 화면에 띄워진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구체적인 경제 성장 목표치를 설명하는 행사 시나리오를 기획·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난 4일 발표한 이른바 ‘5·5·5 공약(국력 세계 5위,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 5000 시대)’의 단계별 목표와 구체적 로드맵 등이 핵심 내용이다.
강훈식 전략본부장은 “단순히 경제대통령 면모를 보여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들에 자상하게, 내용을 상세히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첫 중대형 공약 발표에서 이 후보의 웅변력과 순발력을 극대화해 경쟁 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외의 차별화를 노린다는 의도다.
이 후보 측은 지난달 25일 유튜브 주식 채널 ‘삼프로 TV’에 두 후보가 나란히 출연한 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런 대비 효과를 더 자주 부각하겠다는게 이 후보 측의 전략인 셈이다.
‘쇼츠’ 열연…조회수 12만회
김영희 선대위 홍보소통본부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연출자 입장에서 습득력이 빠른 배우”라면서 “성탄절 이브에 공개한 캐롤 뮤직비디오 8소절 랩을 이 후보가 현장에서 딱 두번 읽고 외웠고, 탈모 공약 유튜브 영상도 별도 연습 없이 즉석에서 소화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에 쇼츠(Shorts·짧은 영상) 형태로 공개한 10초 분량의 탈모 공약 홍보 영상물은 누적 조회수 11만9000회를 돌파했다.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며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이 후보 모습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머머리(대머리) 앞에 진보 보수가 어디있냐”, “상대 후보로 링컨이 나와도 난 이재명”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후보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구상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6일 “건강보험 재정이 갈수록 악화된다. 너무 포퓰리스트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박주민·김남국·기동민 의원 등의 ‘탈모 인증’이 잇따르는 등 적어도 '관심 끌기'차원에선 성공을 거뒀다.
NFT 이슈도 선점…“세련되게”
이 후보는 2030 젊은 세대를 겨냥해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 Fungible Token)’ 이슈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선대위가 “곧 있을 선거자금 펀딩에 참여하면 채권 약정서를 NFT로 발행한다”고 밝힌 데 이어 7일 이 후보의 친필 새해 메시지와 서명을 NFT로 발행했다.
가상자산의 일종인 NFT는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을 부여하는 방식을 쓴다. NFT가 부여된 디지털 형태의 예술품이나 유명인 서명 등이 경매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기록한 일도 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7~9일 사흘간 세계 최대 NFT마켓인 오픈씨(OpenSea)를 통해 이 후보 메시지를 경매하고, 수수료를 뺀 경매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 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싸움닭 이재명은 없다. 날카로운 이미지를 벗어나 세련되고 기민한 행보를 이어갈 것”(선대위 전략통 의원)이라는 게 대선을 두 달 남긴 이 후보측 전략이다. 이 후보는 6일 광주·목포·여수 MBC의 신년대담에 출연해 “(윤 후보가) 일반 지지율 수준으로 복귀되면 역시 박빙 열세 또는 우세가 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국민에게 다가가고 미래 비전과 역량을 설명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심새롬기자saero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윤아 "폭력적인 아버지에 학대…사이즈 별로 매 맞춰왔다"
- "어디서 봤지, 낯이 익은데"…아! 깜짝 놀랄 꼬마의 정체
- "죽여버린다" 떡볶이집 18차례 전화해 욕설한 그 배우, 실형
- 외신도 혀 내두른 배꼽착륙 해냈다…F-35 살린 조종사의 기지
- 5층서 추락한 택시 비극…유족 "발로 차면 쓰러질 벽" 청원
- '맥주러버'는 주의하세요…남성 환자가 93%인 '이 병'
- '속시원짤' 공약 영상 올린 윤석열…제작은 이준석이 했다
- "연금개혁 자신 없다"는 이재명, 연금 '더주기' 공약만 낸다
- 함익병 "언론탄압" 분노…돌연 삭제된 백신 영상 뭐길래
- 세계적 건축가들 한국에 모였다…3만명이 화성 벌판에 만든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