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중 1명은 사회적 고립..도와줄 사람 없고, 말도 못 했다

정진호 2022. 1. 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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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모(30)씨는 대학 졸업 이후 쭉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다가 지난해 포기했다. 몇 차례 떨어진 끝에 더는 시험을 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진씨는 사회 활동을 같이 접었다. 대학 친구들과의 모임에 더는 나가지 않았고, 취미 활동은 하지 않는다. 혼자 원룸에서 사는 그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 금융권 종사자인 최모(38)씨는 수도권의 한 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데 회사 동료들과 사적 교류는 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 전부터 회식까지 없어지면서 업무 외적으론 대화할 일이 없다. 몇 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로는 이성을 만난 지도 오래다. 그는 “모임 같은 데를 나가볼 생각은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여의치 않은 데다 사람을 사귈 자신도 없다”고 했다.


“도움 구할 사람 없다” 역대 최고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역대 최고에 달했다. 2년 주기로 조사하는데 2019년(27.7%)보다 6.4%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장기화가 1인 가구, 고령층 증가와 맞물리면서 고립 정도가 심해졌다.

사회적 고립도는 인적‧경제적‧정신적 도움을 구할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대신 해주거나, 말동무가 돼 줄 사람이 주변에 없는 비율을 뜻한다. 국민 3명 중 1명은 고립 상태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사람 비율이 27.2%에 달했다. 우울할 때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자도 20.4%였다. 모두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고립도가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50대의 경우 37.1%가, 60세 이상에선 41.6%가 사회적 고립 상태로 조사됐다. 고령층 증가와 고립 문제에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 참여는 역대 최저로


지난해 단체 참여율은 35.8%로 역시 역대 최저다. 2년 전(66.1%)보다 30.3%포인트 떨어졌다. 친목‧취미‧종교‧이익단체 등 모든 사회단체 중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3분의 2에 달했다. 연령별로 봤을 때 60세 이상의 단체 참여율이 가장 낮았고, 그다음이 30대였다. 30대는 경제‧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잇대임에도 집단에 속하지 않은 비중이 66%에 달했다. 혼인율이 낮아지면서 30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직장 내 교류 역시 감소한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인가구 증가와 추계치 그래픽 이미지.
통계청은 가구 형태별로 따로 단체 참여율이나 고립도를 조사하진 않는다. 하지만 1인 가구가 특히 고립 상태에 놓였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1인 가구는 다른 가구 평균보다 주말 여가를 동영상 시청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컸다. 반대로 스포츠‧취미‧관광 등으로 여가를 보낸다는 응답은 1인 가구가 더 적었다.

고립→우울해지고 걱정 많아져


사회적 고립이 문제가 되는 건 경제적 지위와 직접적 관련이 있어서다. 사회적 교류 여부는 삶의 만족도, 우울감과도 연결된다. 코로나19 전후의 사회적 고립과 그 영향을 연구한 김주연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남녀 모두 사회적 교류 여부에 따라 행복감과 걱정 수준, 우울감에 차이가 났다”며 “특히 극단적 고립은 30대에서 가장 늘었고, 고령층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에서 취업을 포기한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이 증가한 것도 사회적 고립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20년 25~29세에서 비구직 니트 증가율은 24.8%에 달했고, 30~34세도 10%가 넘었다. 이 기간 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층 숫자도 함께 늘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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