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작가는 당신의 글을 읽을까

2022. 1. 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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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일이 있다.

아아, 그러니까 글은 잘 읽었으나 작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독자를 상상할 수 없는 글을 써 나가는 작가만큼 슬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신의 독자가 여기에 있다고 말해 주고 나면, 작가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고, 계속 글을 써 나갈 내일의 이유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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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일이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김민섭이라는 나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다. 나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다는 작가도, 하루에 수십 번을 한다는 작가도 있었다. 모두의 이유는 비슷하다. 나의 책을 읽은 사람들이 혹시 서평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몇 개월, 몇 년씩 걸려서 한 권의 책을 쓰고 나면,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읽었을까 몹시 궁금하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가 나의 책을 읽고 짧은 한 줄의 감상이라도 남긴 것을 발견하고 나면 그날은 그 덕분에 기쁜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읽고 있다는 그 믿음이 작가에게 글을 쓰게 한다.

언젠가는 몇 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독자들의 서평을 발견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털에 검색한다든가, 인스타그램 태그를 #김민섭작가 하는 식으로 지정해 두고 게시물을 확인한다든가, 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었다. 그런데 K시인이 자신은 언젠가부터 보기만 하고 ‘좋아요’를 누른다든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누군가가 자신의 시를 인스타그램에 써 두어서 기쁜 마음에 하트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는데, 곧 그가 글을 삭제했다는 것이었다. 아아, 그러니까 글은 잘 읽었으나 작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래서 이제는 그런 글들을 몰래 보고 몰래 기뻐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작가들도 모두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아, 우리도 몰래 서평을 봐야 하는 것인가. 나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책을 읽은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몰래 지나갈까, 하트를 누를까, 댓글까지 달까.

북토크에서 독자들께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혹시 책을 읽고 감상을 남겼는데 작가가 찾아와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면 어떤가요, 하고. 그때는 모두가 너무나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꼭 그래 주시면 좋겠다, 하고 답했다. 그래서 나는 서평을 발견할 때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거나 하면서 다녀갔다는 티를 내고 있다. 늘 그러는 것은 아니고 서평의 내용에 따라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독자를 상상할 수 없는 글을 써 나가는 작가만큼 슬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대학원생 시절에 그런 글을 많이 썼다. 나의 논문을 읽는 사람이 단 세 명, 지도교수와 심사위원과 나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구도 잘 읽었다는 말을 건네지 않았고 어디에서도 나를 읽은 사람을 찾을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당신이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어딘가에 남긴다면,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 작가가 반드시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모든 작가는 읽어 주는 사람이 있기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부탁드리고 싶다. 꼭 좋았다는 반응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고 어디에든 읽은 티를 내 주면 좋겠다.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그의 글을 계속 보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책을 구매하는 것, 읽는 것, 그리고 읽은 티를 내 주는 것이다. 당신의 독자가 여기에 있다고 말해 주고 나면, 작가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고, 계속 글을 써 나갈 내일의 이유를 찾을 것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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