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산업 구조조정과 독점

이은정 2022. 1. 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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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국내 1·2위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물론 1·2위 항공사 통합에 독과점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업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했던 상황이라 국내 항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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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국내 1·2위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깨진 지 2개월여 만에 나온 발표로,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딜이 깨지면서 부도 위기에 몰렸고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판도를 뒤집은 건 산은이었다. 기업구조조정실 간부들을 중심으로 긴급히 꾸린 산은 태스크포스(TF)는 주요 그룹을 인수 후보로 올리고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KCGI(강성부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한진그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산은의 자금 투입으로 한진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산은은 부실 자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시장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양사의 통합을 ‘신의 한 수’로 평가한 것도 그래서였다.

물론 1·2위 항공사 통합에 독과점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란 대의명분이 더 먹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업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했던 상황이라 국내 항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산은은 국내 항공업이 살아남을 방법이 무엇인지 오래전부터 고민했고 그 답이 바로 양사 통합을 통한 ‘메가캐리어(초대형항공사)’의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도 양사 통합과 관련,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힘을 실어줬다. 정부 주도로 진행된 양사 통합을 독과점 우려보다는 한국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 즉 ‘국익’이란 넓은 시야로 봐야 한다는 명분이 더 지지받으며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흡사 2019년 세계 1·2위 조선사 빅딜로 주목받았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 발표 당시의 데자뷔 같았다.

하지만 1여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대의명분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대신 이 자리를 차지한 건 독과점 우려다.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통합을 통해 독과점이 형성되는 노선을 줄이고 이를 다른 항공사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독과점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진두지휘한 산업 구조조정이 되레 정부 부처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EU의 기업결합 심사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심사를 한국 공정위가 불허하겠다고 하는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가뜩이나 국내 항공·조선사의 통합을 바라보는 미국, 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자국에서도 선제적으로 승인해주지 않는데 왜 우리가 해야 하느냐란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독과점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소비자에게 손해일 수 있다. 그렇다고 공정위 조건부대로 ‘차’와 ‘포’를 뗀 빅딜이 출범한다면 글로벌 경쟁의 주도권을 잡는 계기로 삼겠다는 정부의 큰 그림은 스케치만 하다 끝날 수 있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또 다시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역시 국민들의 부담이다. 만약 이번 빅딜이 실패로 귀결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부총리인가, 빅딜 플랜을 짠 산은인가, 경쟁력이란 대의명분에 브레이크를 건 공정위일까. 이러다 자칫 기업만 ‘독박’을 질 수 있다. 이은정 산업부장 mybang21@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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