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진학하려니 더 높은 벽"..길 잃은 특성화고 학생들

곽민재 2022. 1. 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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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 서모씨(17)는 최근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김대유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로 실습 기회와 함께 서비스업 일자리도 줄어 학생들이 취업 대신 진학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현 특성화고노조위원장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돈을 벌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려면 양질의 고졸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공공기관·공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고졸 일자리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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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특성화고 잡페어에서 학생들이 이력서 작성 방법 등 취업 요령을 배우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곽민재 수습기자, 김영원 수습기자] 전남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 서모씨(17)는 최근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에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이 학교 3학년 졸업생 200명 중 60명만이 취업했다. 진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특성화고는 기초과목(국어·영어·수학) 시수가 일반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대입 전형에서 불리하다. 3학년이 되기 전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서씨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취업↓ 대학↑…길 잃은 특성화고=특성화고가 길을 잃고 있다. 특성화고는 직업 교육을 통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취업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는 488개의 특성화고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부실한 직업 교육 때문에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본래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자 중 취업자 비율은 26.5%. 5년 전(50.4%)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진학률은 32.4%에서 47.4%로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 취업난’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현장 실습이 비대면 수업으로만 진행되자 학생들이 충분한 실무 능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졌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졸업생 신모씨(19)는 "2학년이 되고 1년 동안 현장 실습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며 "실습은 직접 해보면서 설명을 들어야 이해하기 쉬운데 온라인 수업만 듣다 보니 집중이 안 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로 취업하는 서비스업 직군 일자리도 줄었다. 김대유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로 실습 기회와 함께 서비스업 일자리도 줄어 학생들이 취업 대신 진학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에 비해 특성화고의 취업 지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실습 환경이 열악하고 장비 지원에서도 차이가 있다. 신씨는 "특성화고에 다닐 때 몇십 년 된 장비를 써야 했다"면서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친구는 대기업에서 돈을 지원받아 양질의 교육도 받고 최신 장비로 공부한다고 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마이스터고의 졸업자 대비 취업자 비율은 특성화고보다 약 2.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등 떠밀린 입시도 '험난한 길'=취업난에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한 학생은 입시에 혼란을 겪는다. 대다수 특성화고의 경우 신입생 때는 대학 진학 희망자가 적지만 고3이 되면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늘어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원래 2학기가 되면 3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해 교실이 텅텅 비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며 "지금은 대학 원서접수 하루 전까지 취업이 안 되니 백수가 되겠다는 공포에 부랴부랴 원서를 내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입장에서는 기초과목을 고3까지 배우는 일반고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김모씨(18)는 "특성화고는 전공 과목과 실습 등으로 기초과목 시수가 일반고보다 적어 내신 점수를 산출하면 원래 내신보다 1~2점 정도 낮아진다"면서 "특성화고는 본인 전공과 관련된 학과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진로 변경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취지 살려야…"본질은 일자리"=특성화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고졸할당제'와 같은 고졸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서현 특성화고노조위원장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돈을 벌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려면 양질의 고졸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공공기관·공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고졸 일자리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취업과 진학 모두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고 교원이 입시 지도를 잘 할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안내와 교육을 강화하고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까지 고졸 일자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곽민재 수습기자 mjkwak@asiae.co.kr

김영원 수습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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