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에 읍·면 출신 합격자가 많다? 그건 '눈속임'
박근혜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만든 지 8년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입안자들은 이 제도를 계승했을 뿐 아니라 확대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학종을 옹호하는 다양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논리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연속 기사 '학종의 거짓말'을 통해 학종 확대론자들이 주장해온 주장들이 사실적 근거가 없음을 총 8번에 걸쳐 밝히고자 한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 글이다. <기자말>
[이현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일의 학교 풍경. |
ⓒ 연합뉴스 |
▲ <표1> 서울 10개 사립대학 각 전형별 읍면 기타 지역 출신 합격자 비율(2017학년도) |
ⓒ 김현 |
▲ <표2> 46개 대학교 대상 전형별 읍면 출신 합격자 비율 (2017년) |
ⓒ 대교협 |
우리나라 대입 전형에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일반전형"이 있고, 특별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한 기준으로 선발하는 "특별전형"도 있다.
예를 들면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장애인 대상), 북한이탈주민 전형, 농어촌전형, 저소득층 전형(기회균형 전형) 등은 특별전형이다. 특별전형은 '수능성적'으로 선발할 수도 있고, '내신성적'으로 선발할 수도 있고, 면접으로 할 수도 있고, 학생부종합전형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농어촌전형 등 대부분의 특별전형들은 학종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대학들이 특별전형을 '학종 방식'으로 선발한다. 그러니까 학종 합격자에는 "일반전형합격자"와 "특별전형 합격자"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농어촌 특별전형의 합격자는 100% 읍·면 출신이다. 그것이 자격조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종 전체"의 합격자 가운데 읍·면 출신은 "학종 일반전형"에 포함된 읍·면 출신 합격자와 "농어촌 특별전형"의 합격자의 수를 합쳐서 계산한 것이다.
반면에 수능 중심 전형은 모두 일반전형이다. 그러니까 학종 합격자 중에 읍·면 출신이 더 많다는 주장은 "학종 일반전형 합격자"와 "학종 특별전형(농어촌전형)의 합격자 수"를 합해 놓고 "수능 일반 전형합격자"와 비교하는 "눈속임"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주장도 가능하다. 학종과 수능의 합격자 중에서 장애인 비율은 어디에 더 높을까? 당연히 학종이다. 학종에는 "학종 일반"에 더해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이 있고, 이 전형의 합격자는 모두 장애인이다. 그런데 수능은 일반전형만 있으므로 당연히 학종에 특수교육대상자(장애인)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종과 수능 중에서 어떤 전형에 읍·면 출신 비율이 더 높은지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농어촌 특별전형' 합격자를 제외하고 "학종 일반전형"과 "수능 일반전형"을 비교해야 한다.
▲ 서울시내 10개 대학 학종 선발인원과 농어촌 특별전형 선발인원 |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
▲ 농어촌 특별전형을 제외한 전형별 읍면 기타지역 합격자 비율 |
ⓒ 김현 |
수년간 학종 지지자들은 "읍·면 출신 학생들은 수능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많은 사람들의 상식적 판단을 이용해왔다. 그리고 수치의 눈속임을 통해 "그나마 학종이 있어서 읍·면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생긴다"고 주장하면서 학종의 정당성을 홍보해온 것이다.
만일 읍·면 출신의 학생들이 대학에 갈 기회를 높여야 한다면, 그 방법은 학종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농어촌 특별전형"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농어촌 특별전형을 반드시 '학종'으로 선발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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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현은 공항중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됐다. 1994년 복직했지만,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곧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카이에듀라는 수능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2014년 사교육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15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사실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와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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